한국 광고와 미국 광고의 가장 큰 차이는 뭘까. 바로 모델이다. 한국 광고에는 빠지지 않는 스타급 모델을 미국 광고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그나마 요즘 자주 볼 수 있는 유명인 광고 모델은 휴대폰 서비스 'T-Mobile'의 캐서린 제타 존스, 고급 화장품 'Revlon'의 할리 베리, 위성방송 'Direct TV'의 앤디 가르시아와 데니 드 비토, 전자제품 등을 취급하는 프랜차이즈 'Radio Shack'의 샤킬 오닐 정도다. 더욱이 이들은 해당 제품과 명확한 연계성을 갖는다. 고급 화장품과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섹시스타 할리 베리, 다양한 영화 콘텐츠가 주무기인 위성방송과 개성파 영화배우들은 누가 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결합이다. 그럼 농구 스타인 샤킬 오닐은? 'Radio Shack'이라는 상호와 샤킬이란 발음이 비슷하다는 데 착안해 그가 선택됐다.
얼마 전 미국인 교수에게 왜 미국 광고에는 유명인 모델이 많지 않은지 물어봤다. 좀 거창한 분석을 기대했는데,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도대체 누가 믿겠는가?" 그는 특정 제품을 홍보하려고 나온 사람이라면 적어도 그 제품과 관련이 있어 보여야 하지 않느냐, 그래야 소비자들이 믿고 선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국내에서 광고 현업에 있을 때 모델과 관련해 난감한 일을 적잖게 겪었다. 일부 광고주는 제품의 강점이나 광고 컨셉보다 '어떤 유명 모델을 쓸까'에만 관심을 쏟았고, 초고액의 모델 개런티 탓에 광고 제작 직전 줄거리를 훨씬 경제적으로(?) 바꿔야 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무조건 유명 모델을 쓰고 보자는 풍토는 일부 연예인의 극심한 겹치기 출연을 낳았다. 광고는 자기 제품을 시장에 나온 수많은 상품 가운데 단연 돋보이게 해 소비자들이 선택하게 만드는 수단이다. 당연히 차별화가 생명이다. 그런데 제품과의 연계성, 타 상품 광고 출연 여부 등은 따져보지도 않고 오로지 유명하다는 이유로 모델을 써놓고 "왜 우리 광고는 튀지 않는가"라고 불평하는 것은 난센스다.
미국에 살면서 미국이 좋은 적은 별로 없지만, 가끔 부러움을 느낀다. 유명인에게만 의존하지 않기에 아주 다양한 접근의 광고를 선보일 수 있는 광고계 풍토가 그 중 하나다.
/유현재 미국 조지아대 저널리즘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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