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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사이언스] <5> 남극… 냉동타임캡슐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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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사이언스] <5> 남극… 냉동타임캡슐은 알고 있다

입력
2004.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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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북반구와 반대 지역인 남극은 지금 한 여름이다. 때문에 각국에서 모인 과학연구대원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도 바로 이 때다. 평균 두께 2,160㎙의 얼음으로 뒤덮인 남극에 이처럼 세계 과학자들이 모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지구환경 연구의 바로미터

남극은 만년빙으로 덮여 있는 거대한 남극대륙과 그 주변을 고리처럼 감싸고 있는 남빙양을 포함한다. 남극대륙은 면적이 1,360만㎢로 한반도의 62배나 되며 중국과 인도를 합친 것과 같은 넓은 대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극대륙은 발견된 지 얼마 되지 않고 접근이 힘들어 거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대륙이다.

1961년 남극조약이 발효됨으로써 칠레 등 7개국에 의해 주장된 영토권이 동결되고, 남극은 과학연구를 통해서만 국가 이익이 보장되는 지구상의 유일한 지역이 되었다. 남극이 세계 각국의 과학적인 주목을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전 지구적 환경변화 연구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다. 남극은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오염되지 않은 지역으로, 작은 환경변화에도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연환경을 이루고 있어 지구 환경변화 감지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남반구 봄철 남극 상공에 만들어지는 오존 구멍이다. 프레온 가스는 남극이라는 특수한 대기환경에서 증폭돼 나타난다. 이에 따라 1987년 몬트리올의정서가 채택돼 프레온가스의 사용을 국제적으로 규제하게 되었다.

남극은 이런 현재의 환경변화뿐만 아니라 과거의 지구 환경변화에 대한 정보를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어 ‘냉동타임캡슐’이라고도 불린다. 1998년 1월 동남극대륙의 3,488m 고지에 있는 러시아 보스토크 기지에서는 3,623m 깊이까지 얼음을 시추했다. 기록적인 이 시추 결과를 분석한 결과 지난 42만년 동안 네 번의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얼음 기록에서 나타난 또 다른 특징은 1만5,000년 전부터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홀로세 간빙기의 기온이 지난 42만년 동안 있었던 다른 간빙기와는 달리 온화한 기후가 오랫동안 안정되게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중요한 환경요인 때문에 인류 문명이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게 밝혀진 셈이다.

한편 보스토크 기지는 1983년 7월21일 지상에서 관측된 최저 기온인 영하 89.6도를 기록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더구나 이 기지 밑에는 우리나라 전라남도보다 더 넓은 빙원하 호수가 발견돼 눈길을 끌었다.

1964년 얼음 위에서 폭약을 터뜨려 반사되는 파동을 수신한 결과, 보스토크 기지 아래 3,700m 깊이에서 이상한 반사파가 수신됐다. 당시 과학자들은 그 반사파를 단단하게 얼지 않은 얼음층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대규모 음파탐지연구가 이루어지면서 그것이 호수라는 것이 알려지고, ‘보스토크호수’라고 명명됐다.

그 후 유럽원격탐사위성으로 조사가 이뤄지면서 보스토크호수의 신비한 비밀이 밝혀지기 시작했는데, 1996년 마침내 호수의 크기가 길이 230㎞, 폭 50㎞이며 깊은 곳의 수심이 500m나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처럼 빙원 아래 거대한 호수가 왜 형성되었는지 아직도 미스터리이며, 현재 과학으로는 호수를 오염시키지 않고 탐사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아 여러 가지 묘안만 검토되고 있을 뿐이다.

주목받는 미래 자원

남극 연구의 또 다른 중요성은 경제적 이용과 자연자원의 개발이다. 남극에는 석유 등 에너지 자원 이외에도 광물자원이 풍부하고 지구 담수의 68%에 해당하는 풍부한 수자원이 빙하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또한 남빙양의 크릴은 차세대 인류가 선택할 수 있는 풍부한 단백질 공급원으로서의 식량자원으로 여겨질 정도이다.

한국해양연구원 남극과학연구단은 세종과학기지(1988년 2월17일 설치, 남위 62도13분, 서경 58도47분)) 주변의 남극반도 해역에서 1993년부터 탐사를 실시해 가스수화물층이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최근 밝혀진 결과에 따르면 그 매장량이 우리나라 천연가스 소비량의 300년치에 해당했다.

가스수화물은 물 분자와 가스(주로 메탄)가 섞여서 만들어진 얼음과 비슷한 고체로, 미래 에너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가스수화물은 지구상 많은 나라의 해역과 알래스카, 캐나다, 러시아의 영구 동토층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스수화물의 총량이 기존 화석 연료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EEZ(배타적 경제수역) 내에 존재하는 가스수화물의 1%만 개발해도 국내 소비량의 약 80년치에 해당하는 천연가스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막대한 양의 가스수화물을 확인한 일본에서는 에너지 문제 해결이라는 꿈을 가지고 가스수화물 연구에 몰두하고 있어 그 성공 여부가 세계 각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남극에서의 가스수화물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러시아 오호츠크해를 대상으로 가스수화물 국제공동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최근 남극에 대한 과학 연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생물자원을 이용해 극지 내한성 신물질과 기능성 신소재 개발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남극이나 북극의 극지 생물은 생존전략 중 하나로 체내에서 결빙방지물질을 합성한다. 현재 남극의 빙어에서 추출돼 생산되는 결빙방지물질은 1g당 1,300만원이나 하는 고부가가치의 상품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런 결빙방지물질은 고부가가치의 산물로서 의료, 군수, 냉동식품 산업 및 냉해방지 농작물 저장법 등 매우 다양하게 이용될 수 있다. 결빙방지제 이외에도 남극의 육ㆍ해양 생물로부터 새로운 구조와 강력한 효력을 갖는 신물질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이 선진국에서 시도되고 있다.

남극은 그 속에 감춰진 많은 수수께끼만큼이나 연구에 참여하는 나라의 국민에게 큰 자부심과 긍지를 안겨주고, 그 후손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방용 한국해양연구원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입력시간 : 2004/01/2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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