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 업계에 지급여력비율 한파 경보가 떨어졌다. 실적 부진으로 가뜩이나 자금여력이 줄어든 판에 3월부터는 지급여력비율을 산정할 때 적용해 온 혜택(소정비율)마저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이다.25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들은 2003회계연도 말인 3월 결산 때부터 유럽연합(EU) 등 국제기준에 맞게 지급여력비율을 산정해야 한다.
지급여력비율이란 고객들이 한꺼번에 보험금 지급을 요구할 경우에 대비해 보험회사가 얼마나 많은 여유자산(지급여력)을 갖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척도. 현행 보험업법 규정은 100% 이상의 비율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생보사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즉각적으로 적기시정(부실금융기관지정) 조치를 발동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정부당국은 국제통화기금(IMF)와의 협상을 통해 1999년 5월 지급여력 제도를 도입할 당시 국내 생보업계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2004년 3월까지 사실상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예컨대 지급여력비율 산출 산식의 '분모'에 해당하는 책임준비금의 위험도를 반영하는 기준을 6개월마다 일정비율(소정비율)씩 늘리도록 한 것.
이에 따라 소정비율은 99년 9월 말 6.25%, 2000년 9월 말 18.75%, 2001년 9월 말 37.50%, 2002년 9월 말 62.50%, 2003년 9월 말 87.50% 등 지난 몇 년 동안 조금씩 상향 조정돼 왔다. 올 3월 말부터는 소정비율이 100%로 국제기준과 똑같아지면서 특별한 예외가 없는 한 대부분의 생보사들은 지급여력비율이 대폭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요 생보사들의 지급여력비율은 그 동안 소정비율 반영 정도에 따라 급격히 추락해왔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경우 2002년 9월 405.9%이던 지급여력비율이 지난해 9월엔 325.3%로 급락했고 교보(190.2→153.0%), SK(224.3→187.8%), 동부(168.3 →155.3%), 동양(170.6→152.2%), 흥국(183.2→162.7%) 등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3월부터 다시 소정비율이 대폭 오르면 일부 회사는 지급여력비율이 적기시정조치의 커트라인(100%)에 근접할 수도 있어 무더기 부실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생보사들은 높은 금리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는 등 지급여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