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용(73·사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의 '시대'가 국내에 이어 국제무대에서도 막을 내리고 있다. 김운용 부위원장은 20년 가까이 국내외 스포츠무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거물. 줄곧 명과 암이 혼재된 평가와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국내 보다는 국제적으로 그의 명성이 더 높았다.그런 그도 '업보'에 대한 단죄와 야속할만큼 냉정한 IOC의 꼬리자르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IOC는 23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윤리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김 부위원장에 대한 한국 검찰 수사와 윤리위 조사가 끝날 때까지 IOC위원으로서의 권리와 특전, 직무를 잠정적으로 정지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IOC는 영구제명까지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그의 몰락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IOC의 현재 분위기로 볼 때 검찰수사에서 김 부위원장의 각종 비리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8월 그리스 아테네 총회에서 IOC 위원 배지를 박탈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IOC가 내부 징계에 소극적이긴 하지만 김 부위원장이 이미 두 차례나 윤리위의 경고를 받은데다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 뇌물스캔들 등과 관련해 IOC의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어느때 보다 높기 때문이다. 김 부위원장은 솔트레이크시티 스캔들에 이어 2001년 IOC 위원장 선거에서의 과잉 선거공약으로 잇따라 경고를 받았다.
그러나 IOC의 자격정지와 영구제명 추진이 정치적인 제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다소간의 논란은 예상된다.
김 부위원장이 자크 로게 현 위원장과 정적관계라는 점은 이미 알려진 사실. 지난해 프라하총회에서는 로게 위원장이 지지했던 게하르트 하이베리를 꺾고 부위원장으로 선출돼 관계가 더욱 악화됐다. 때문에 로게 위원장을 축으로 한 주류측이 IOC 내부의 부패청산 의지를 확고히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김 부위원장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김 부위원장은 변호사를 통해 "확정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력 항의했지만 반향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IOC 위원이 영구 제명되려면 총회에서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지만 집행위에서 만장일치로 자격정지가 내려진 점에 비춰 검찰소환을 앞둔 그의 구제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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