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는 무르익는데 언제 결실을 맺을지는 안개 속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2차 6자 회담 개최에 대한 전망을 이렇게 전했다.21일과 22일 워싱턴에서 비공식 실무협의를 한 한·미·일 3국은 회담 개최의 조건에 대해 의미있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핵 동결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달라는 북한의 주장도 6자 회담의 논의대상에서 포함될 수 있다는 시사점을 던진 것이다.
미국이 그동안 '동결'이란 표현에 심한 거부감을 나타낸 점을 감안할 때 북한에 보내는 열린 메시지로 읽혀진다. 이수혁 외교부 차관보는 23일 3자 협의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북한의 핵 동결 주장 수용 여부에 대해 "동결이 협상의 목표가 되서는 안되지만 이는 협상 전술에 관한 문제"라고 말해 3국이 회담의 현실적 접근이라는 측면에서 북한 주장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도 22일 3자 협의 직후 "회담이 곧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매우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미간 입장의 접착을 막는 난제들은 여전히 그대로다. 무엇보다 북한 핵 프로그램의 상황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북한은 최근 북한을 방문한 미국의 민간 대표단에게 플루토늄이라고 주장하는 물질을 보여주었지만 미 정부의 공식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켈리 차관보는 "북한은 미 민간 대표단의 방북으로 6자 회담에 영향을 주려 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북한의 민간 대표단 초청에는 핵 보유국임을 인정받아 협상을 유리하게 전개하려는 의도가 숨겨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켈리 차관보는 특히 "우라늄 핵 농축 프로그램 같은 것은 아예 있지도 않았다"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2002년 말 북한이 그 프로그램의 존재를 분명히 시인한 것으로 확신한다"고 맞받아침으로써 제네바 핵합의 폐기의 책임이 북한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 같은 양측의 입장은 향후 북한 핵 폐기의 대가로 건네질 보상의 내용과 핵 폐기 검증의 수준과 맞물려 있어 쉽게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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