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쌀 시장 개방에 대한 재협상 시작을 공식 선언했다. 정부는 쌀 관세화 유예를 계속하기 위한 협상을 개시하겠다는 의사를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에서 쌀 시장 개방을 연기하되 10년째 되는 해에 다시 협상키로 했기 때문이다.이번 쌀 시장개방 재협상을 보는 우리의 시각은 착잡하기만 하다. 이제 우리는 관세화를 조건으로 쌀 시장을 전면 열 것인지, 수입을 막되 싼 가격으로 의무 수입량을 크게 늘릴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WTO회원국 가운데 쌀 시장 개방을 않은 나라는 우리와 필리핀뿐이다.
작고 개방된 경제체제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언제까지 쌀 시장을 닫고 있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문을 열자니 농업과 농민이 큰 피해를 당할까 걱정이다. 국내 농업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고 전체 국익을 최대화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지만, 이러한 원칙이 잘 지켜지기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우가 최근의 대표적인 예다. 칠레 상원은 22일(현지 시간) 특별 본회의를 열어 한·칠레 FTA 비준 동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도 미적거리고 있고 전망 또한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쌀 시장 개방을 정면으로 다루어야 하는 형편이 됐다. 세계가 우리를 어떻게 볼 것인가.
무엇보다 정부와 정치권이 반성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농업 구조조정을 외치며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지만, 농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기는커녕 격차가 오히려 더 커졌다. 지나치게 표를 의식했고, 효율적인 정책을 못 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이번 재협상 개시 선언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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