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들은 24일 설 연휴 동안 유권자로부터 "경제가 너무 어려워 살기가 힘들다"는 얘기를 귀가 따갑게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영남 의원들은 현지의 '물갈이' 기대가 컸다고 입을 모았다.이상득(포항 남·울릉) 사무총장은 "시장을 둘러보니 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경기가 안 좋았다"며 "여야 모두 도둑이란 말 속에 민심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임인배(김천) 의원은 "경기가 안 좋은데다 농사마저 망쳐 정치 얘기를 꺼내기가 힘들었다"며 "하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의 용퇴에 대해 보내는 박수가 많았으며, 경북에서도 현역 의원들을 더 많이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고 말했다. 남경필(수원 팔달) 의원은 "지역구민으로부터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정치인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들이냐, 싹 갈아 치워야 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부끄러웠다"고 토로했다.
박승국(대구 북 갑) 의원은 "'살기 힘들다'는 말과 '정치인을 확 바꿔야 한다'는 말을 죽도록 들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 조순형 대표의 대구 출마 선언에 대해 "김대중 정부 시절에 대구 경제가 죽었다는 생각에 민주당에 대한 시민의 반감이 굉장히 강하다"며 "조 대표의 출마선언은 찻잔 속 태풍"이라고 주장했다.
이방호(사천) 의원은 " 차떼기 불법 대선자금 등 때문에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이 깊게 깔려 있었다"며 "어느 당을 지지하겠다는 말보다는 '제발 사람 좀 바꾸자'는 얘기가 많았으며, 물갈이 공천에 대한 강한 욕구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의화(부산 중·동) 의원도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 때문인지 '당 이름보다 인물보고 찍겠다'는 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민주당 의원들이 24일 전한 설 민심의 초점은 '변화'였다. 특히 호남 의원들은 "조순형 대표의 대구 출마 선언 이후 공천 혁명을 통한 민주당의 환골탈태에 대한 기대가 더 높아졌다"고 전했다.
전갑길(광주 광산) 의원은 "유권자의 정치 혐오가 더욱 심각해져 민심이 흉흉하더라"고 걱정했다. 이정일(해남·진도) 의원은 "국회를 없애자, 조류독감에 걸린 닭처럼 국회의원들을 다 파묻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국민의 정치 불신이 심했다"면서 "크게 반성하고 왔다"고 전했다.
호남 의원들은 "민주당이 열린우리당에 비해 확고한 우위에 있다"고 자신했다. 강운태(광주 남구) 사무총장은 "조 대표의 대구 출마 선언으로 민주당에 관심과 기대를 거는 분위기가 호남에서 확산되고 있다"면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부패·비리에 대한 심판론이 힘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장성원 (김제) 정책위의장은 "전북에서는 민주당이 강세"라며 "열린우리당이 전북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쇄신 요구도 거셌다. 전갑길 의원은 "구태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라도 이를 악물고 인적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생각보다 많았다"고 전했다. "물갈이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굳어진 느낌이다"(정철기·광양 구례) "제도 개선 인적 청산 등 정치 개혁 열기가 뜨겁다"(장성원)는 등의 얘기였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재통합에 대한 기대도 나타났다. 이정일 의원은 "계속 분열된 상태로 선거를 치르면 '죽 쒀서 개 줄 수도 있다'면서 주민의 3분의2 이상이 민주·우리당의 합당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24일 설 민심의 요체는 민생경제 회복과 정치부패 척결이었다고 한 목소리로 전했다. 의원들은 또 "열린우리당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는 희망 섞인 주장도 내놓았다.
연휴동안 지역구에서 1일 택시기사 체험을 한 송영길(인천 계양) 의원은 "정치권은 이제 싸움을 그만하고 경제살리기에 몰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종을 이뤘다"고 성난 민심을 전했다. 김성호(서울 강서 을) 의원은 "우리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것을 피부로 느꼈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말을 좀 조심해야 한다 는 목소리도 컸다"고 말했다. 박병석(대전 서 갑) 의원은 "검찰 수사 등으로 인해 한국이 깨끗해 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많았다"며 "특히 대전 시민은 신행정수도가 어디가 될 지에 관심이 컸다"고 말했다.
정세균(무주·진안·장수) 의원은 "경제회복에 대한 관심이 가장 컸다"면서 "우리당에 대한 기대는 전보다 나아졌다"고 지역 민심을 전했다. 김태홍(광주 북 을) 의원도 "오히려 한나라당과 공조하는 민주당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영남 지역은 조금 달랐다. 대구에 출마할 이강철 영입단장은 "대구 바닥 민심을 확인해 본 결과, 여전히 지역감정의 두터운 벽이 있었다"면서 "우리당이 지금까지 제대로 된 정책 등을 내놓은 것이 없어 이 지역의 한나라당 아성을 깨기엔 아직은 모자란 것 같다"고 진단했다. 부산 출신 김정길 상임중앙위원은 "한나라당에 대한 부산 사람들의 실망이 커지긴 했다"면서도 "우리당이 많은 지지를 얻으려면 좀 더 잘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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