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라면 신물 난다고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지만 온 가족이 모이는 설날연휴에 빠지지 않는 게 정치 얘기다. 이번 설날 정담(政談)의 상차림엔 무슨 메뉴가 올라갈까.시소게임을 벌이는 여야 3당의 지지도는 단연 주메뉴가 될 것 같다. 최근 '정동영 상한가' 덕분에 1위로 치고 올라간 열린우리당과 내내 1위를 지키다 뒤로 밀린 한나라당이 대비되고 '한달 천하'를 구가하고 추락한 민주당을 조순형 대표의 대구출마 선언이 구해낼 수 있을지도 화제거리다. 얽히고 설킨 3당 지지도 그래프를 두고 '반짝' 이니 '대세'니 하는 저마다의 분석과 4·15 총선 전망도 곁들여질 것이다.
가히 러시라고 할만한 여야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 선언도 새로운 메뉴다. 안타까움과 격려의 말이, 때론 '당연하다'는 반응이 떠나는 이들의 이름 뒤에 따라붙을 것이다. 이런 품평이 혹 "우리 지역 의원은 나가야 할 사람인데 왜 안 나가지?"라는 성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자연 얘기의 흐름은 각 당의 간택을 애타게 기다리는 지역 예비 후보들에 대한 품평회로 이어지고 "이젠 제대로 갈아보자"는 다짐도 적잖을 듯 싶다.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차떼기' 수수는 그 엽기성이 다시 도마에 오르며 성토대상이 될 게 뻔하다. 그 과정에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형평성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대통령의 측근비리 의혹도 상품성을 갖췄다. 썬앤문게이트, 장수천, 측근들의 자금 수수 의혹 등등 그 메뉴도 다양하다. 소문대로 어마어마한 비리가 고구마 줄기마냥 뽑혀 나올지, 야당의 단순 공세는 아닌지, 저마다의 정보와 귀동냥이 모여들어 설날 상차림 마냥 풍성한 얘기 판을 이룰 것이다.
연휴 직전 날아든 DJ 아들, 김홍일 의원의 민주당 탈당과 무소속 출마 선언은 총선에서의 김심(金心) 논란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DJ가 총선에서 중립을 선언한 것이냐' 'DJ의 속내는 무엇이냐' '그렇게 되면 호남 민심은 어떻게 되나' 등 김심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얘기판 속 한자리를 차지할 성 싶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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