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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4년전 운명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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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4년전 운명의 만남

입력
2004.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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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내와 처음 마주친 곳은 고향 선배가 회장으로 있는 대학의 동아리방이었다. 나는 회원이 아니었기에 그냥 먼발치에서 동아리 회의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런데 회의에서 예쁘게 생긴 여학생이 자기 주장을 조리 있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마음이 끌렸고 사귀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다. 선배를 통해 연락처를 알아냈다.가슴 떨리는 데이트 신청. 처음에는 입이 얼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고 당연히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열정으로 밀고 나갔고 결국 공연을 같이 관람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당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공연되고 있었다. 나는 성격이 원래 치밀하지 않은 편인데, 그날 데이트 일정 만큼은 철저하게 점검했다.

공연이 끝나고 자리를 함께 할 음식점, 그녀의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까지 사전 답사했다. 나의 열정 덕분인지 그녀는 내게 관심을 보였다. 우리는 만남을 자주 가졌다.

알고 보니 그녀의 고향은 전남 고흥군이었다. 고흥은 나의 연고지. 누나가 그곳에서 태어났고 지금도 큰댁과 외가가 있는 곳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나의 친구가 그녀의 친구와 단짝이라는 사실이다. 나의 친구는 고흥군 포두면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녔는데, 그녀의 친구도 그곳의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단짝으로 지낸 것이다. 우린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만난 친구 같은 동질감을 공유하게 됐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린 공통의 관심사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기뻤다.

결혼하기 전까지 우리는 3년간 사귀었고 세 번 헤어졌다 다시 만났다.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공유하는 것이 많다는 사실 때문에 서로 한발씩 양보하면서 해결했다. 결국 우린 결혼했다. 나는 처가에 내려가면 들러야 할 곳이 한군데 더 있다.

아내와 나를 이어준 초등학교 친구의 큰 아버님댁에 들르는 일이다. 친구의 큰 아버님은 나를 친 조카인 것처럼 반기신다. 결혼한지 4년이 흘렀다. 나는 항상 4년 전의 선택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장주현·서울 노원구 공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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