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유통업체와 제조업체 사이에 납품가격 인상을 둘러싼 다툼이 빈발하고 있다. 수익을 늘리기 위해 납품 가격을 높이려는 제조업체와 가능한 한 매입원가를 낮추려는 유통업체간 엇갈린 이해가 충돌을 빚는 것이다.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홈시어터와 벽걸이(PDP) TV를 제외한 냉장고, TV, 세탁기, 컴퓨터 등 대부분 가전제품의 납품가격을 2∼3% 올리기로 결정하고 삼성 제품을 취급하는 이마트, 홈플러스, 하이마트 등 유통업체들에 구두 통보했다.
삼성전자측은 "작년에는 내수시장이 좋지 않아 납품가격을 소폭 인하했지만 올해는 경기 회복 전망이 밝아 가격을 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형 가전 유통업체들은 삼성전자의 납품가 인상분을 아직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않은 채 눈치를 보며 고심하고 있다. 가전제품 중간이윤이 4∼5%에 불과하기 때문에 납품가를 2∼3% 올릴 경우 적게는 1만∼2만원에서 많게는 십수만원까지 소비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LG 대우 등 다른 가전업체들도 덩달아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고 판매가격 인상시 판매시장까지 위축될 수 있는데도 삼성의 인상 방침을 정면으로 거부할 수도 없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품목별로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경우는 간혹 있었지만 이번처럼 대부분 품목을 한꺼번에 올리겠다는 요구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데 제품가격을 올릴 경우 가전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생식품업체인 풀무원과 할인점 까르푸도 납품가 인상을 둘러싼 의견충돌로 서로 납품중단과 제품철수로 맞서고 있다. 풀무원은 작년 12월초 원가상승을 이유로 두부 콩나물 생면 제첩국 등 34개 생식품의 납품가를 올려달라고 까르푸에 요구했다가 거절을 당하자 12월 26일부터 까르푸 27개 점포에 이들 품목의 납품을 전면 중단했다. 품목별 인상 요구율은 두부 11.1∼17.6%, 콩나물·면류 10∼18%, 된장 38%, 제첩국 40% 등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두부의 경우 원료인 콩 값이 지난 2년 사이 30%나 오르고, 경남 하동산을 주로 쓰는 제첩국도 채취 인건비 상승 등으로 원가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까르푸도 이에 맞서 풀무원 제품을 판매대에서 철수시키는 한편 각 점포에 '풀무원 제품을 팔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게시하고 있다. 까르푸 관계자는 "풀무원측에 가격인상 근거를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이렇다할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 납품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며 "납품가격을 인상하면 판매가격도 올려야 하는데 할인점 속성상 갑자기 대폭 올릴 수는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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