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일부터 일본 대중문화 4차 개방이 이뤄졌다. 지상파 방송은 아직 규제가 많지만, '12세 미만 시청불가'를 제외한 드라마와 일명 'J―POP'로 불리는 일본어 가요가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을 중심으로 전면 개방됐다. 일본 현지의 반응은 어떨까. 업계에 따라 온도차가 뚜렷하다. 음반업계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면 방송업계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일본 음반업계에서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밀리언셀러(싱글음반)가 한 해 몇 개씩 나왔다. 하지만 작년에는 스마프(SMAP)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꽃'이 제목처럼 홀로 밀리언셀러에 오를 정도로 음반시장이 잔뜩 위축돼 있다. 자연히 한국이라는 새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1일 0시를 기해 열린 인기그룹 튜브의 서울 콘서트에 쏠린 높은 관심이 이를 반영한다. TV 연예 프로그램들은 튜브의 공연 소식과 인터뷰를 앞 다퉈 전했고, 마이니치(每日) 신문 등 유수 언론도 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하지만 방송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가장 기대했던 지상파 TV가 아직 빗장을 열지 않은 탓이 크지만, '한류(韓流)' 열풍에서 알 수 있듯 거대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쪽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큐멘터리와 TV 애니메이션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한국에서 방송되고 있고, 새로 개방 목록에 포함된 드라마의 경우 일본의 복잡한 저작권 시스템 탓에 한국 안방을 파고들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방송사가 해외판매에 관한 모든 권한을 갖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드라마를 수출하려면 출연 배우와 기획사 등에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수출 단가도 그리 높지 않다. 따라서 드라마 수출이 배우나 기획사에는 한국 내 인지도를 높이고 한국 진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호기일지 몰라도, 방송사로서는 "별 재미없는 장사"라는 푸념이 들린다.
돌이켜 보면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전후한 양국 문화 교류는 일본에 한국 방송콘텐츠를 알리는 데 일조한 반면, 일본이 한국에서 얻은 것은 미미했다. 일본 방송계가 한국의 빗장이 열리기를 목놓아 기다리는 동안 한국은 거대시장중국을 넘볼 정도로 성장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때늦은, 그리고 여전히 제약이 많은 이번 4차 개방에 일본 방송업계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김경환·일본 조치대 신문방송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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