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설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요. 어머니가 더 보고 싶어지고, 또 그리워지는 때입니다. 어머니는 어려서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집 안의 모든 일을 혼자 도맡아 하다시피 하다 열 여덟에 시집을 오셨지요.자식을 일곱을 낳고 가난 때문에 너무 힘들게 살았던 우리 어머니. 식구들이 먹고 살겠다고 저마다 뿔뿔이 흩어지는 바람에 제대로 오손도손 모여 살지도 못했지요. 그래서 어머니는 무슨 날만 되면 손수 그 많은 음식을 만들어놓고 자식 일곱을 기다리곤 하셨습니다.
어느 어머니가 자식 입에 음식 들어가는 것을 싫어하시겠습니까마는 유독 어머니는 우리 형제 자매 일곱이 모여 한 상에서 음식 먹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 좋아하셨지요. 그럴 때면 아프던 몸도 잊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셨습니다.
3년 전 설. 어머니에게 갑자기 찾아온 위암말기 진단. 병원에서는 그냥 잘해 드리라면서, 앞으로 사흘이 고비라고만 했습니다. 어머니가 간절히 집으로 가자고 하는 바람에 우리는 어머니를 집으로 모셨습니다.
우리가 다 모인 걸 보고 너무 좋아하신 어머니는 평소 같이 농담을 하시는 바람에 우리도 모처럼 깔깔대고 웃었답니다.
다음날이 설날이라 딸들이 시집에 잠깐 다녀 온다고 했더니 어머니는 내키지 않으셨지만 빨리 다녀 오라 하셨지요.
하지만 그날 저녁부터 숨을 조용히, 천천히 쉬기 시작하더니 자식 일곱이 다 보고 있는 가운데 너무 편안히 가셨지요. 그렇게 자식사랑이 유별났던 어머니는 딸들까지 전부 모일 수 있었던 날 떠나셨던 걸까요.
우리는 벌써 3년이란 세월동안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정말 우리 일곱 남매 잘 살거구요, 다시 어머니 만날 때까지 화목하게 지낼 겁니다. 어머니가 바라던 게 이런 거잖아요. 어머니 정말 보고 싶습니다. 막내딸 올림.
/sunimi44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