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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윤영관과 반기문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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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윤영관과 반기문의 차이

입력
2004.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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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관 외교부장관 해임으로 절정에 올랐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은 후임장관에 반기문씨가 임명되자 겨우 숨을 고르게 됐다. 그러나 새로운 의구심이 고개를 든다. 윤영관과 반기문의 차이는 무엇인가.그 두 사람의 차이가 무엇이길래 국내외의 우려를 무릅쓰고 장관 경질을 단행한 것인가. 윤 장관 해임으로 인한 파문을 수습하기 위해 반기문 카드가 필요했던 것은 알겠는데, 수습해야 할 파문을 왜 일으켰는지 이해할 수 없다.

청와대는 "외교부 일부 직원들이 참여정부의 자주적 외교정책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고,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발언이 있었다"고 이번 파동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설명을 들을수록 문제가 드러난다.

첫째, 공무원들이 대통령을 비판하고 비방하는 것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기강 해이'라고 판단했다면 그렇게 된 원인을 따져 보고 그에 대한 문책이 과연 정당한지를 검토해야 한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

노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 하다. 그러나 그는 권위주의를 버리되 권위를 버려서는 안 된다는 충고를 듣지 않았다. 그는 적절치 못한 언행으로 대통령의 권위를 스스로 훼손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그 결과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풍조가 국민사이에 퍼지고 급기야는 공무원 사회에까지 전염됐다.

얼마 전 한 여자 경찰이 여경들의 모임에서 대통령의 사생활에 대한 유언비어를 얘기했다는 인터넷 투서로 좌천된 적이 있고, 이번 사태도 외교부 관리들이 공·사석에서 외교정책과 대통령을 비방했다는 투서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구체적인 발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서 문책이 정당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자료가 없다.

이런 사태를 보면서 노 대통령이 생각하는 탈 권위적인 대통령상이 무엇인지 의문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대통령의 부적절한 언행을 '탈 권위'로 체념했던 사람들은 대통령을 비방한 공무원들이 문책 당하는 현실을 보며 시계가 거꾸로 가는 듯한 혼란을 느끼고 있다.

국민을 대하는 대통령의 기강이 흐트러졌는데, 대통령을 대하는 공무원의 기강이 바로 설리 없다. 대통령직 못해 먹겠다느니, 재신임을 받겠다느니, '10분의 1'이 어떠니 하는 말이 대통령 입에서 나오는 판에 공무원의 입에서 점잖고 예의 바른 말만 나오겠는가.

둘째, 자주니 동맹이니 하는 이분법도 문제다. 자주가 싫은 국가, 자주가 싫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자주는 공허한 수사(修辭)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대통령이나 외교부나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대통령이 취임 후 대미관계의 현실과 한계를 깨닫고 자신의 종전 입장을 수정해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느닷없는 자주 외교론과 장관 경질에 경악했다.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독도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나의 아내를 자꾸만 나의 아내다, 나의 아내다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품위 있는 비유는 아니다. 그런데 반기문 장관이 취임일성으로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강조하는 것을 보면서 그 비유가 떠올랐다.

독도가 우리 영토인 것처럼 미국은 우리의 동맹국이다. 그 엄연한 사실을 왜 거듭 강조해야 하는가. "동맹관계에 변함이 없다"는 맹세를 대통령도 하고 외교부장관도 해야 하는 어리석은 상황을 왜 만드는가. 국민의 자존심에 이렇게 상처를 입히면서 무슨 자주타령인가.

노 대통령은 언론과 싸우고, 야당과 싸우고, 자신에 대한 부패의혹과 싸우고, 자신을 대통령 후보로 뽑아주고 당선시켜 준 당과 싸우며 1년을 보냈다. 이제 또 의존적 외교를 추방하고 공직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싸울 생각인가.

인간 노무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그것은 리더십의 위기보다 더 심각하고 무서운 것이다. 노 대통령은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겠다고 고집할 게 아니라 스스로를 재평가하는 겸허한 시간을 갖기 바란다. 겸허하고 또 겸허한 자세로 취임 1년을 맞기 바란다.

/본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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