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동경하던 한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서울대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 교육과정을 수강중인 일본인 구제 야스오(61·사진·久世康生)씨는 가족과 떨어져 1년 가까이 '서울 홀아비 생활'을 하면서도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배우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환갑을 넘긴 구제씨가 때늦은 한국행을 결심한 건 지난해 3월. 일본 유수의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에서 36년간 근무하다 2년 전 퇴직한 구제씨는 평소 한국문화 체험을 동경한 나머지 편안한 은퇴생활도 뒤로 미룬 채 한국 땅을 밟았다.
한국에 대한 구제씨의 동경심은 고향 교토(京都)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교토에 산재한 사원들이 한국문화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한국 관련 서적들을 사 모으고, 한국의 전통 음식 맛에도 빠져들었다. 특히 퇴직 후 재일교포가 연 한글교실에 참가하면서 한글 배우기에 대한 욕심도 날로 커져갔다.
이국땅에서 혼자 생활하는 만학도 구제씨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외로움. 그래서 틈나는 대로 일본에 있는 두 딸과 이메일을 주고받거나 휴일이면 남대문 시장과 서울 시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한국인들의 일상생활을 체험하는 것으로 외로움을 달랜다. 지난해 가을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사찰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해 강원도 낙산사에서 며칠을 묵으며 많은 외국인 친구들을 만난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구제씨는 '독도' 문제에 대해선 "한국인들이 독도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줄 몰랐다"며 "몇몇 정치인들의 발언과 달리 대다수 일본인들은 독도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일본으로 돌아가 오사카 박물관에서 일하고 싶다는 구제씨는 "한국어 실력을 더욱 다듬어 이번에는 일본문화를 한국인들에게 소개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