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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엿 고던 날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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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엿 고던 날의 풍경

입력
2004.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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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큰 명절이 다가오면 음식을 장만하는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게 바로 가마솥이었다. 평소엔 짚을 썰어 쇠죽이나 끓이던 가마솥에 두부를 끓이고, 엿을 고고, 떡을 찐다.첫새벽에 일어나 쇠죽 한번 끓여 퍼낸 다음 오후나 저녁 때까지 그 가마솥을 이용해 다른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떡을 찌는 일이야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지만 엿을 고는 일은 거의 하루 종일 걸린다.

오후가 되어 가마솥의 엿물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누가 부르지 않아도 저마다 밖에서 놀던 어린 형제들이 하나 둘 부엌으로 모여든다. 가마솥 아궁이 앞에 제비새끼처럼 나란히 쪼그리고 앉아 발그스레한 얼굴로 아궁이 속의 불을 보고, 또 목을 한껏 늘여 가마 속에서 졸아들고 있는 엿물을 바라본다. 어머니가 젓는 주걱 끝에 조청이 길게 늘어붙기 시작하면 모두 입맛을 다시며 매직쇼를 보듯 눈길을 떼지 않는다.

설도 축제지만 이미 여러 날 전부터 그것을 준비하는 하루하루가 우리에겐 축제인 것이다. 마당 가에는 허리높이까지 눈이 쌓이고, 엿을 고는 날의 안방 구들은 그냥 발바닥을 대고 서 있기조차 뜨겁다. 어른들은 뼈를 굽는 날이라고 했고, 우리는 일년에 며칠 양껏 단 것을 맛보는 날이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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