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월 말께로 예정된 취임 1주년 기념 특별사면에서 박지원(朴智元)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제외하고 대북 송금 사건에 연루돼 현재 재판절차가 진행중이거나 형이 확정된 관련자에 대해 특별사면을 실시할 방침인 것으로 18일 알려졌다.이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야당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형이 확정되지 않은 관련자에 대해 먼저 특사 방침을 정하는 것은 ‘호남 민심을 의식한 총선용 전략’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대북송금 사건 관련자에 대해 특사를 실시하는 방안이 실무적으로 검토,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도 “대북 송금 사건 특검법을 수용할 당시 관련자에 대한 처벌보다는 실체적 진실규명이 목적이었는데, 그 목적은 이미 달성했다는 것이 국민적 공감대”라며 “취임 1주년을 계기로 이 문제를 털고 가자는 원칙은 결정됐으며 구체적 절차와 시기의 문제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대북 송금 사건 관련자 가운데 특별사면 대상은 임동원(林東源) 전 국정원장, 이기호(李起浩) 전 청와대 경제수석, 이근영(李瑾榮) 전 산업은행 총재,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 박상배(朴相培) 전 산업은행 부총재, 최규백(崔奎伯) 전 국정원 기조실장 등 6명이다.
상고심이 남아있는 임동원, 이근영, 김윤규씨 등은 상고를 취하하거나 대법원의 형 확정이 있어야 특사가 가능하다. 산업은행 불법대출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던 이기호 전 수석과 최 전 실장은 항소를 취하, 형이 확정된 상태다.
그러나 대북 송금 사건과는 별도로 현대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사면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나라당 박진(朴振) 대변인은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과 호남 민심에 대한 구애작전으로, 민주당을 고사시켜 총선을 ‘한나라당 대 열린우리당’의 구도로 만들어 보려는 속셈”이라며 “불법 선거운동도 모자라 국법질서를 무너뜨리려 한다면 탄핵 등으로 강력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형 확정이 안됐는데 어떻게 사면을 거론하느냐”며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갑자기 사면복권을 들고 나오는 것은 얄팍한 총선 대책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고태성 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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