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이민석(16)군이 인기 프로게이머 임요환(24)과 감동의 스타크래프트 대결을 펼쳤다. 두 사람의 대결은 17일 오후 세계 워크래프트3 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블리자드 월드와이드 인비테이셔널' 행사장에서 열렸다.서울맹학교 고등부 1학년인 이군은 마우스를 사용하지 않고 키보드와 게임에서 나오는 소리만으로 스타크래프트를 해 전부터 화제가 된 인물. 스타크래프트는 복잡한 마우스, 키보드 조작이 필요하고 병사나 전차 등을 시시각각 이동시켜야 하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이 하기에는 매우 힘들다. 그러나 이군은 타고난 청각 능력으로 게임의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마우스 대신 키보드로 세밀한 조종을 한다.
이군의 놀라운 사연을 접한 미국 블리자드 본사가 이군과 이군의 우상인 임요환 선수를 특별 초청해 이날 대결이 이뤄졌다.
이날 임요환에게는 시작부터 3분 동안 안대로 눈을 가리고, 안대를 푼 후에는 모니터상의 미니 지도를 가리는 핸디캡을 주었다. 일방적인 대결일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경기 시작 3분 동안 임요환은 단 한명의 병력도 생산하지 못한 반면 이군은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곳 저곳 도망치던 임요환은 극적으로 되살아나 결국 이군에게 항복선언을 받아냈다.
임요환은 "거의 진 경기나 다름없었다. 아직까지도 이군의 실력이 믿기지 않는다"며 "어떤 게이머라도 이군과 상대한다면 나처럼 당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감탄을 연발했다.
이군 역시 "평소 우상이던 요환 형과 경기를 하니 꿈만 같다. 요환 형은 역시 대단했다"고 말했다.
음대에 진학해 작사·작곡가가 되는 것이 꿈인 이민석 군은 게임중독으로 성적에 영향을 받을까봐 염려하는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이번 경기를 마지막으로 일단 게임을 접기로 했다. 이 군은 "게임뿐 아니라 악기 연주 등 사람들이 장애인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에 하나하나 도전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며 웃음지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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