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노선으로 일관해온 민주노총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새 위원장 선거에서 '힘 있는 강경투쟁'을 강조한 경쟁자를 누르고, '대화와 투쟁의 병행'을 내세운 이수호 후보가 당선되었다. 장기불황 속에 변화의 숨통이 트이는 듯하다. 민노총 지도부의 노선변화는 경제계 전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민노총은 지난해만 해도 두산중공업 사태와 화물연대·철도파업 등 대형분규를 주도하면서, 대외적으로 '죽도록 파업하는 나라'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시켰다. 결과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중국행이 가속되고, 외국인 투자는 1999년의 42% 수준으로 떨어졌다.민노총은 강경투쟁 노선 속에 꾸준히 세를 불려, 최근에는 한국노총과 비등한 규모를 이루었다. 그러나 새 지도부 탄생은 민노총 내외에 변화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경제불황 속에 강경투쟁으로 치닫는 민노총에 국민 여론은 극히 비판적이었고, '친노(親勞)'로 알려졌던 현 정부를 '반노'로 돌아서게 했다. 노조의 정당한 파업까지 비난할 수는 없으나, 새 지도부는 집단 이기주의에 치우치지 말고 보다 성숙하고 대국적인 노선을 견지하기 바란다.
1999년이래 민노총은 노사정위원회에서 탈퇴함으로써 노사정위 기능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다. 이 위원장은 "노사정위에 새 틀이 마련되면 다시 참가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합리적인 방식에 기대를 걸게 된다. 지금 국가적으로 시급한 것은 경제회복과 일자리 창출이다. 민노총이 노사정위의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에도 당연히 적극 참여했으면 한다. 국민경제의 주요한 한 파트너인 민노총은 고용안정과 사회안전망 확충 등 실리추구에서도 기대되는 역할이 크다. 새 지도부가 불황에 지쳐 있는 국민적 정서에 부응하면서 역할과 책임을 다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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