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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야생 거위와 보낸 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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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야생 거위와 보낸 일년

입력
2004.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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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라트 로렌츠 지음·유영미 옮김 한문화 발행·1만원

사랑, 질투, 슬픔 등은 인간에게만 있는 감정이 아니다.

1977년 이른 봄 오스트리아 북부의 알름 계곡. 한 해 전에 배우자를 잃어 슬픔에 잠겨있던 숫거위 아도가 암거위 셀마에게 구애를 하기 시작했다. 셀마는 구르만네츠와 결혼해 새끼 세 마리를 둔 '기혼녀'. 아도가 연적으로 등장하자 아연 긴장한 구르만네츠는 셀마의 관심이 아도에게 옮겨가지 못하도록 셀마뒤를 졸졸 따라 다니며 방해 공작을 펼친다. 셀마를 둘러싼 아도와 구르만네츠의 경쟁은 14일 간이나 계속됐다. 날아올랐다가 하강하면서 날갯죽지로 한방 먹이는 공중전도 있었다. 한번은 셀마가 아도의 뒤를 따르려고 날아오르는 바람에 공중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쿠르만네츠가 싸움에 지고 셀마는 아도의 차지가 된다.

이 책은 오스트리아의 세계적 생물학자 콘라트 로렌츠(1903∼1989)가 야생 거위를 길들여 수년 동안 그들의 자연스러운 생활방식을 관찰한 기록이다. 글과 함께 수록된 140여장의 사진이 야생 거위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거위가 알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사랑하며, 새끼를 낳고, 아웅다웅 살아가는 일생이 잔잔한 감동을 일으킨다.

거위들의 행동을 결코 의인화하려 한 적이 없지만 인간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게 로렌츠의 말이다. 동물행동학의 선구자인 그는 1973년 니콜라스 틴버겐, 칼 폰 프리쉬와 함께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야생 거위들이 태어나 처음 본 사람을 부모로 알고 졸졸 따라다니는 '각인' 행동이론은 심리학 교과서에 빠짐없이 실려있다. 인공적인 것들로 가득찬 도시에서 자연과 접촉할 수 없는 이들에게 야생의 세계를 느끼도록 하는 책이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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