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박거용 옮김 르네상스 발행·1만3,000원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사진)는 1967∼8년 미 하버드대에서 여섯 차례의 문학 특강을 했다. 당시 시력을 완전히 잃은 그는 원고 없이 강연했다. 그의 강연을 녹음한 테이프는 도서관 지하에 묻혔다가 30여 년이 지나서야 발견돼, 책으로 묶일 수 있었다. '보르헤스, 문학을 말하다'는 이 세계적 작가의 문학론이다. "저는 평생토록 글을 읽고, 분석하고, 쓰고, 그리고 즐겨왔습니다. 저는 마지막 말인 즐긴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지요."시인이기도 한 그는 첫 번째 강연 '시라는 수수께끼'에서 시를 읽을 때마다 매번 열정과 감동과 즐거움의 경험이 새롭게 생긴다고, 그것이 바로 시라고 역설한다.
다섯 번째 강연 '사고와 시'는 '문학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것'에 관한 작가의 성찰이다. '돈키호테' '허클베리 핀' 등의 소설과 밀턴의 시 '복락원' 등을 통해 만들어진 언어의 구조물 너머로 인간의 진실이 있음을 강조한다. 문학은 궁극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 이야기는 인간을 닮게 되고 그 상징이 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읽는 인간도 언어 뒤에 있는 진정한 정서를 느낀다. 여섯 번째 강연 '한 시인의 신조'에서 그가 이야기하는 것은 '작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울림이 긴 답이다. "저는 제 자신을 본질적으로 독자로 생각합니다. 저는 감히 글을 써왔습니다만, 제가 읽었던 것이 제가 썼던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누구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읽지만, 누구든 자신이 쓰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쓸 수 있는 것을 쓰기 때문입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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