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중한 우리 명절 이야기/ 강난숙 글. 이순표, 김기택 그림. 대교출판
● 우리나라의 세시풍속
/ 정구창 엮음. 한병호 그림. 교학사
●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 이문열 글. 맑은소리
외국에서 살 때도 항상 한국 달력을 걸어 놓았다. 대개 한국 식품점에서 얻은 달력의 눈 덮인 고궁이나 초가 지붕 위의 빨간 고추 같은 그림이 향수를 달래주기도 했지만 그 나라의 공휴일과 한국의 명절이 함께 표시돼 있고, 음력 날짜가 들어 있어 음력으로 쇠는 가족의 생일이나 제삿날을 표시해 두고 서양에 살면서도 양력과 음력을 아우르는 생활을 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홀수를 양이라 하고 짝수를 음이라 여겨 홀수 달에는 그 달과 같은 홀수 날을 명절로 삼아 양의 기운을 최고로 키우고 음의 달에는 음을 대표하는 보름달이 뜨는 보름날을 명절로 정했다. 그래서 1월1일 설날, 3월 3일 삼짇날, 5월5일 단오, 7월 7일 칠석, 9월9일 중양절과 6월 15일 유두, 8월15일 추석 등을 명절로 삼았다.
'소중한 우리 명절 이야기'는 이렇게 명절을 정한 원칙과 태양력과 태음력, 그리고 태음력이 계절의 변화와 맞지 않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태음태양력을 설명하고 설, 정월대보름, 한식, 단오, 유두, 칠월칠석, 추석, 중양절, 동지, 섣달 그믐 등 열 개의 명절에 대해 그 유래와 풍속, 놀이와 음식을 알려준다. 그리고 각 명절에 관련된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고 비슷한 시기의 외국 명절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비교해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세시풍속'은 정월부터 섣달까지 월별로 명절뿐만 아니라 24절기나 그 달의 풍속을 모아 설명하는데 정월 풍속에 대해서는 특히 자세하다.
중학생 이상이라면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중에서 '다시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도 읽어볼 만하다. 지식전달을 위주로 한 위의 책들과 달리 양반가 여인들의 화전놀이, 천렵, 동네 아이들의 편싸움인 잿봉다리 싸움 등에 대한 이야기는 생생한 현장감과 함께 놀이가 놀이로 끝나게 하는 나름대로의 질서가 있었음을 알게 한다.
'설'은 이제 새해의 시작이란 자리는 잃어버리고 큰 명절로만 지켜진다. 오늘날 전통적 풍습을 거의 잃어버린 것은 사회 변화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그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하는 음력이 사용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달력은 단지 날과 달의 나열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드는 종교행사나 의례를 기록한, 한 민족의 집단적 기억을 보관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설을 맞아 음력을 별도로 기억해야 할 책력이 아니라 과거 우리 민족의 생활을 지배했던 시간의 체계라는 것을 세시풍속과 함께 되새겨 보면 좋겠다.
/대구 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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