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현대차그룹이 15일 임원인사를 실시함에 따라 SK와 한화를 제외한 주요 그룹의 올해 인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올해 재계 인사의 화두는 젊고 유능한 이공계 출신과 해외파의 급부상으로 인한 세대교체 바람. 미래 핵심사업 확보와 글로벌 경영 확대를 노리는 동시에 경영진의 세대교체 가속화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이공계·해외파 급부상
삼성은 황창규 사장을 반도체 총괄사장으로 앉히는 등 이공계 출신 승진자들을 지난해보다 34% 가량 늘렸고, 현대차그룹도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개발본부에서 승진자의 40% 가량을 뽑았다.
해외파의 중용도 두드러졌다. 삼성의 임원 승진자중 해외부문 출신은 91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44% 이상 늘었다. 신임 임원 중 해외인력도 지난해보다 30%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인 48명에 달했다. 특히, 중국의 통신연구소장인 왕통씨를 최초의 중국인 임원(상무보)으로 승진시키는 등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중국지역 담당 임원을 지난해 11명에서 올해는 16명으로 늘려서 승진시켰다.
LG전자도 중국 텐진(天津)법인을 고속 성장시킨 손진방 부사장과 러시아법인에서 성과를 올린 변경훈 상무를 각각 사장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세대교체 가속화 예고
젊고 유능한 이공계 출신과 해외파의 기용은 자연스럽게 경영진의 세대교체를 예고하고 있다. 삼성은 전무 승진자 51명중 발탁인사가 25명으로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인 전무 자리에 젊은 인물들이 대거 늘어났다. 전체 임원 중 40대 임원의 비율이 67%(862명)로 높아져 40대가 임원의 주력계층으로 자리잡았다. 임원의 평균 연령은 47.4세.
LG도 신규 임원들의 평균 연령이 43.6세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신규임원 24명중 45세 이하가 무려 20명(82%)이나 되는 등 자질과 가능성을 인정받은 젊은 인재들이 대거 등용됐다.
친정체제 강화 움직임
경영권 분쟁과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등 안팎으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구조조정본부 출신을 중용하고 총수의 친인척을 전진 배치하는 등 친정체제 구축에 나서는 모습도 엿보였다.
LG는 구본무 회장의 친동생인 구본준 LG필립스LCD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구씨 지배체제를 강화했다. LG상사도 구자경 명예회장의 둘째 동생인 고 구자승 LG상사 전 사장의 장남 본걸(LG산전 부사장)씨가 최근 주식 매집으로 최대주주가 됨에 따라 경영참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을 그림자처럼 보좌해온 이학수 구조조정본부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구조본 출신들을 중용, 그룹 장악력을 높였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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