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미동맹 정책구상 6차 회의 수석대표인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은 15일(현지시간) "현재 한미연합사령부와 유엔사령부 이전을 놓고 양국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고 밝혔으나 한국측은 미국측이 계속 이전방침을 고수하면 미국안을 수용키로 한 상태여서 사실상 '게임'은 끝났다는 분석이다.미국측이 이처럼 연합사와 유엔사 이전에 집착하는 것은 주한미군의 책임영역이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고 동북아나 전세계로 확대되는 만큼 평택권에 부대를 집중시켜 안정적인 주둔여건을 마련하겠다는 전략 때문이다. 미국은 또 현재 수도 한복판에 미군이 주둔하는 사례가 다른 나라에는 없다는 점을 내세우며 서울로부터 이전을 통해 한국 내 반미감정의 '원천'을 제거하겠다는 생각이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도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서신을 조영길 국방장관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측 요구 수용검토 배경
용산기지 이전은 1990년에 이미 양국이 90년대 중반까지 이전키로 합의한 내용이지만 비용에 대한 한미간 추산치의 격차가 크고, 북핵 문제까지 겹치면서 93년 유보됐다. 용산기지 이전 문제가 다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다. 지난해 4월부터 미래한미동맹 정책구상 회의를 통해 한미간에 협상이 진행됐고 양국은 마침내 용산기지를 2006년까지 오산·평택으로 이전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협상 최종타결이 예상됐던 지난해 11월 양국 국방장관간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앞두고 돌연 연합사 유엔사 이전 문제가 걸림돌로 등장했다. 양국은 지난해 4월 주한미군사령부와 미8군은 옮겨도 한국군이 절반을 차지하는 연합사와 상징적 의미가 큰 유엔사는 남겨두도록 합의했으나 잔류부지 면적을 둘러싸고 한국이 17만평, 미국이 28만평으로 이견을 보이자 미국측이 유엔사 연합사 이전카드를 들고 나온 것. 한국은 이 제안을 받은 직후부터 "전략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긍정적으로 검토해왔다. 더구나 이번에 외교부 직원 대통령 폄하 발언 사태가 터져 동맹파 외교라인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 유엔사 이전 문제에 더욱 유연한 자세를 보이게 됐다.
보수층의 반발 해소가 관건
노무현 대통령과 국방부는 "전쟁 수행방식이 달라진 상황에서 '서울에 미군이 존재해야 안보공백이 없다'는 보수층의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 군 관계자는 "모지역에 위치한 전쟁 지휘벙커로 이동하는 시간도 평택이나 용산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그러나 보수층의 여론을 달래기 위해 미국측에 강력한 한반도 안보공약을 거듭 확인해 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한나라당 등 보수층을 이 카드로 설득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또 30억∼40억달러(약 4조원)로 추산되는 이전비용 마련도 숙제다. 이와 관련, 이전을 먼저 요구한 측이 비용을 부담한다는 협상원칙상 최소한 연합사와 유엔사 이전비용 만큼은 미국이 부담토록 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호놀룰루=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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