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을 일방적으로 전하기 보다 듣고 싶어하는 말이 무엇인지 파악해 이를 풀어주는 것이 진정한 홍보라고 할 수 있죠."2003년 세계 최대 홍보 대행사로 선정된 버슨-마스텔러의 한국 지사 격인 메리트/버슨-마스텔러의 정윤영(39·사진)대표는 15일 "우리나라에선 아직 홍보의 개념조차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 대표는 "홍보하면 술 상무를 떠올리고 언론 홍보가 전부인 것으로 알지만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모든 활동이 홍보"라며 "이런 의미에서 아직 우리 기업들의 홍보 마인드는 세계적 기업에 비해 뒤 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기업의 가치가 100이라면 기업 이미지의 비중은 얼마 정도로 보느냐'고 물으면 70%이상의 높은비중을 차지한다는 반응이 많다는 것.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본사 차원에서 기업 이미지를 총괄 관리하고 전세계적 홍보 마케팅이 전개되는 반면 우리 기업들은 아직 둔감하다는 게 그의 평가다. 정 대표는 "최고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라고 할 만한 CCO(Chief Communication Officer)를 두는 글로벌 기업이 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흐름"이라며 "기업 이미지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사실 제품 자체보다 더 큰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홍보 마인드 부족은 국가 이미지 홍보에서도 그대로 되풀이되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 대표는 "품질이 똑 같은 제품에 '메이드 인 프랑스'를 붙이느냐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쓰느냐에 따라 가격이 2배 이상 차이나는 현실은 국가 이미지 홍보가 얼마나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중문과를 나와 1990년 삼성코닝 기획팀·해외프로젝트팀에 근무하다 92년 메리트/버슨-마스텔러의 전신인 메리트커뮤니케이션스에 입사한 정 대표는 "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데 도움을 주기 보다 우리 기업과 우리 국가 이미지를 해외에 알리는 데 더 큰 힘을 쏟고 싶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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