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관 외교부 장관은 15일 이임사에서 자주외교에 대한 소신을 자세하게 설명하며, 청와대와 NSC를 겨냥해 '가시는 없지만 뼈 있는' 소리를 했다. 자주외교가 되려면 국제주의자가 되어야 하며, 한국은 국제관계의 여지 속에서 국익을 추구해야 하는 데 정부의 일부가 잘못된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윤 장관은 한미동맹의 유용성을 거듭 강조하며, "외교부 직원들의 의견이 99%는 옳았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윤 장관은 이날 아침 고건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윤 장관은 대선 때부터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을 자문한 정권의 '공신'이어서 장관 장수를 점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속사정은 윤 장관의 경질이 시간문제였으며, 청와대가 '부적절한 발언' 파문으로 미련을 버린 상황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만큼 윤 장관은 노 대통령, 또는 청와대 참모들과 정책을 놓고 크고 작은 충돌을 빚어왔다. 윤 장관은 이임사에서 이를 '벽'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청와대에서 열린 이라크 파병관련 협의에서는 노 대통령으로부터 면전에서 큰 질책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은 그 후 제주도에서 열린 한 회의에 참석한 뒤 참모들과 소주 여러병을 비우며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입에서 "윤 장관이 사람이 변해 한쪽 말만 듣는다"는 부정적인 말들이 흘러나온 것도 이 무렵이다.
위성락 북미국장이 일부 대미협상 관계자를 '밖에서 굽실대고 안에서 큰 소리치는 사람들'이라고 지칭한 파문이 터지자 노 대통령이 화를 내 윤 장관이 "내가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며 몸으로 막아선 일도 있었다.
때문에 이번 '부적절한 발언'파문이 다시 불거지면서 윤 장관은 설 자리를 잃게 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발언 파문 조사는 윤 장관이 모욕을 느낄 정도로 외교부를 철저히 배제한 채 청와대 주도로 진행됐다.
민정수석실이 윤 장관에게 조사결과 보고서를 전달하지 않은 것도 일종의 신호로 볼 수 있다. 윤 장관의 사퇴는 14일 밤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의 통화 후 급하게 결정됐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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