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환경이 원유와 철강, 유연탄, 비철금속 등 원자재 국제 가격과 육상·해상 운임의 가파른 상승세로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수입과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 수출 채산성 악화는 물론 경제 회복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았고 정부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국제 유가는 연초부터 급등세로 출발, 배럴 당 29∼34달러대의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15일 지난해 말보다 2.39달러나 오른 29.18달러를 기록, 지난해 3월 이라크전 발발 당시 가격(30달러대)에 바짝 다가섰다.
철강도 중국 수요의 급팽창과 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수출관세(톤당 30유로)부과, 러시아의 수출허가제 시행, 슬라브 가격 급등 등으로 전 세계적인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와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 업체들은 이에 따라 최근 제품에 따라 톤당 3만∼6만원씩 가격을 올렸다. 유연탄은 호주산 가격이 64% 뛰었다.
천연고무는 중국에 진출한 GM·혼다 등의 공장이 지난해 7월부터 본격 가동되면서 중국이 고무 수요의 '블랙홀'로 등장한 이후 가격 인상과 물량 확보의 2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또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해결과정에서 10% 이상 운임인상분을 감내했던 기업들은 최근에는 유가상승 등으로 해상운임마저 20% 가까이 높아진 부담을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원자재 가격 폭등은 중국의 폭발적 수요 증가와 미국 및 일본 등 선진국의 경기 회복 등과 맞물려 구조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며 "수출도 문제지만 물가 불안을 압박하는 요소로 작용, 내수 침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제 유가가 연평균 1달러 상승하면 국내 소비자 물가는 0.15% 오르고, 무역수지는 7억5,000만 달러가 감소하며 경제성장률은 0.10%포인트 하락하는 등의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에 따라 석유비축물량을 올 연말까지 8,140만배럴(55일분)로 확대하고 철강의 경우 조선용 물량을 비조선 부문으로 전환(2만8,000t)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원자재 가격상승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인상 효과가 나타나는 3개월 후 부터는 채산성 악화가 현실화할 수 있다"며 "그러나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난감해 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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