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던 동네에 어릴 때부터 정말 부모 속을 썩이는 형 하나가 있었다. 동으로 가라면 서로 가고, 서로 가라면 북으로 가고, 일어서라면 주저앉고, 주저앉으라면 누워버리는 형이었다. 동네 사고는 도맡아 쳤다. 그 형이 빠지면 한겨울 닭서리도 없어졌다. 밖에 나가기만 하면 싸우고 들어오기 때문에 찾아오는 사람도 많았다. 사나운 개 콧등 아물 날 없다는 식으로 얼굴에 늘 반창고 몇 개는 붙어 있곤 했다.그때마다 그 형 어머니가 말했다. "아이구, 저 귀신 호랑이나 콱 물어 가거라. 하늘의 귀신들은 왜 배 곯는지 몰라. 저런 놈 안 잡아먹고."
그래도 물어가는 호랑이가 없고, 잡아먹는 귀신이 없어서 그 형이 군대에 가게 됐다. 그때에도 그 형 어머니는 너무 시원해서 울지도 않았다. 다른 어머니들은 다 우는데도 그랬다.
그러던 어느날 그 형 어머니가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정말 호랑이가 오거나 귀신이 내려온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부대에서 온 소포뭉치 하나를 끌어안고 있었다. '이 소포물은 귀댁의 자제가 입영시 착용했던 옷과 신발입니다.' 이 땅의 어머니들에게 호랑이보다 더 무섭고 안타까운 게 바로 그것이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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