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특파원 리포트/"낮잠 토끼" 소니 "거북" 마쓰시타 "승부는 이제부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특파원 리포트/"낮잠 토끼" 소니 "거북" 마쓰시타 "승부는 이제부터"

입력
2004.01.16 00:00
0 0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AV(음향·영상) 제조업체인 소니와 마쓰시타(松下)전기(電器)산업이 디지털 가전 시대를 맞아 우열을 가리는 한판 승부에 돌입했다. 일본 가전업계의 양대 산맥인 소니와 마쓰시타는 지난해 말 시작된 일본의 지상파 디지털방송과 올해의 아테네올림픽 등으로 사운을 가르는 경쟁이 시작됐다고 보고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거북이' 마쓰시타의 호조

2003년 9월 중간결산에서 마쓰시타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0.5% 늘어난 3조6,396억 엔, 영업이익이 59.2% 증가한 796억 엔으로 호조를 보였다.

2002년 3월 결산에서 사상 최대인 1,990억 엔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더욱 빛나는 흑자 전환이다.

'내쇼날' '파나소닉' 브랜드의 마쓰시타 호조는 액정TV, DVD플레이어 등 디지털 가전의 수요 확대를 미리 예측하고 꾸준히 준비한 끝에 다양한 히트상품의 세계 동시 발매로 시장을 선점한 덕이다.

또 종업원 1만 3,000명을 조기 퇴직시키고 계열사인 마쓰시타전공(電工)의 자회사화, 방만한 사업부제 해체를 통한 기술자 교류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기업체질 개선과 상품개발력 강화로 이어졌다. 이 같은 성과를 평가해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최근호에서 마쓰시타의 나카무라 구니오(中村邦夫·64) 사장을 '2003년 아시아의 경영자'로 선정했다.

포브스는 TV로 타사를 압도해온 소니를 마쓰시타가 액정TV로 누른 것을 두고 "거북(마쓰시타)이 토끼(소니)를 추월했다"고 평가했다.

'토끼' 소니의 부진

2003년 9월 중간결산에서 소니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한 3조4,007억 엔, 영업이익은 51.3% 줄어든 498억 엔으로 4년 만의 매출·이익 감소라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소니의 부진은 지난해 9월까지 DVD플레이어를 불과 1개 기종밖에 시장에 내놓지 못한 데서 드러나듯 디지털 가전에 대한 준비가 한발 늦었기 때문이다.

국내 경기불황과 아시아 업체의 저가 공세로 일본의 9대 가전업체 중 6개사가 적자에 허덕이던 2002년 3월 결산기에 소니는 2000년에 발매했던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의 히트에 힘입어 사상 최고의 매출액과 1,300억 엔 가량의 영업이익을 구가했다.

이때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가전사업은 12억 엔의 영업적자였지만 1999년 발표했던 구조조정 계획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는 등 '토끼의 낮잠'에 빠졌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최근호에서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67) 회장을 '2003년 최악의 경영자'로 선정했다.

비즈니스 위크는 "2003년 1·4분기에만 1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해 투자자들에게 '소니 쇼크'를 안겨주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소니는 지난해 주식시가총액이 1조 엔이나 줄어들어 일부 일본 언론들은 소니 위기론, 소니 신화 붕괴론마저 언급하고 있다.

CEO 판단이 生死 가르는 戰國시대

마쓰시타의 나카무라 사장은 지난주 2004∼2006년도 중기경영계획인 '약진 21계획'을 발표했다. 2006년도 매출목표를 8조 2,000억 엔, 영업이익을 4,100억 엔으로 잡고 영업이익률을 '2006년 5%이상, 2010년 10% 이상'으로 제시했다.

또 DVD플레이어, 액정TV와 함께 '디지털 3총사'로 불리는 디지털 카메라를 새로운 주력상품으로 선정해 2006년도 세계 시장의 10%를 장악해 수위를 차지하겠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의 60% 이상은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해외에서 올려 국내 의존형 기업체질도 완전히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나카무라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대만, 미국 업체의 추격에 대해 "위협으로는 느끼지 않는다"며 "TV만 해도 마쓰시타뿐 아니라 일본 업체들은 50년간 '화상을 만드는 기술'에서 앞서왔기 때문에 간단히 흉내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2006년도 영업이익률을 10%로 잡는 등 전혀 기세가 꺾이지 않은 소니도 대공세로 전환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연말 시장에 내놓은 DVD플레이어와 게임기를 합친 'PSX'의 판매가 순조롭다. 소니측은 지난해 12월 한 달만 놓고 보면 DVD플레이어나 플라즈마TV는 소니가 국내 판매 1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니측은 또 LCD, PDP에 이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유력 후보인 유기EL 개발에서는 마쓰시타나 샤프를 한참 앞서 있다는 게 자랑이다.

이데이 소니 회장은 '최악의 경영자' 선정에 대해서도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는 법이며 '최고의 경영자'로 뽑히기 위해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골프도 잘 맞다가 뒷땅을 치는 수가 있지 않느냐"고 여유를 부리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소니와 마쓰시타의 한판 승부에 대해 "경영자의 판단이 기업의 성쇠로 이어지는 진짜 '전국시대'는 지금부터"라고 분석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