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경제 통합을 향한 역사적 이정표가 세워졌다."6일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선 두 가지 굵직한 국제 뉴스가 전세계로 타전됐다. 첫번째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두 정상이 내달부터 평화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것. 제12회 남아시아지역협력(SAARC·South Asian Association for Regional Cooperation) 정상회의에서 만난 인도의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총리와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카슈미르 지역을 둘러싼 두 나라의 반세기 유혈 분쟁에 종지부를 찍기로 사실상 합의하고 악수를 나눴다. 역사적인 협상이었지만 경제전문가들은 두번째 뉴스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바로 인도와 파키스탄을 비롯한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네탈, 부탄, 몰디브 등 남아시아 7개국 정상이 역내 교역 활성화 및 관세 철폐 등을 위한 남아시아자유무역협정(SAFTA·South Asian Free Trade Area)에 서명한 것. 미래의 경제 대국으로 각광 받고 있는 인도를 중심으로 한 신흥 경제 블록이 탄생한 것이다.
2005년 FTA 250개 전망
세계 경제의 블록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각 국가별 자유무역협정(FTA) 짝짓기도 분주하다. 도하개발아젠다(DDA) 등 전세계의 무역장벽을 일괄 해소할 수 있는 다자간 협상이 지지 부진함에 따라 올해에도 이러한 흐름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1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SAFTA 서명 이외에도 이미 새해 들어 발효되기 시작한 FTA는 미·싱가포르 FTA를 비롯해 모두 6개에 달한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발효 중인 FTA는 195개로 늘었다. 80년대 10개에 불과했던 신규 FTA 발효 건수는 90년대에는 무려 125개로 급등했고 2000년대 들어 이미 39개에 달해 갈수록 가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무협측은 이러한 FTA가 올해 20여 개 정도 더 발효되고 2005년 말엔 250개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FTA 국가간 교역이 전세계 교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FTA 국가간 교역은 전세계 교역량(6조2,000억달러, 2001년말 기준)의 40%가 넘는 2조7,000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WTO는 이러한 FTA 국가간 교역이 내년 말엔 51%로 증가, 전세계 교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아세안 FTA, 거대 경제블록 예상
FTA가 대세가 되고 있는 것은 다자간 협상의 타결이 사실상 힘들어지면서 나라마다 제 살길을 찾고 있기 때문. 무역연구소 정재화 FTA연구팀장은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들이 자국의 농업보조금을 없애면서 다자간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적다"며 "반세계화 물결도 점점 거세지고 있어 결국 지역별 국가별 협상을 위주로 한 FTA가 대안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90년대 유럽연합(EU)이 성공적인 경제 통합을 이루고 여기에 자극을 받은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을 체결하며 FTA는 이미 대세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후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 스위스 등의 유럽자유무역연합(EFTA·European Free Trade Association),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의 남미공동시장(MERCOSUR),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타이, 브루나이,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아세안자유무역협정(AFTA·ASEAN Free Trade Area) 등 지역경제블록화가 봇물을 이뤘다. 정 팀장은 "중국이 올해부터 홍콩 및 마카오와의 FTA를 발효시킨 데다 아세안 국가와의 FTA를 적극 추진하고 있어 조만간 중국을 중심으로 한 또 하나의 거대 경제블록이 탄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각 경제블록별로 전략 국가를 선정, 조속히 FTA를 추진하는 것이 세계 경제의 낙오자가 되지 않는 길"이라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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