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교문을 뜯어 가는 도둑도 있네요. 할말을 잃었습니다."충남 천안 중앙초등학교 행정실장 A씨는 12일 아침 황당한 일을 당했다. 이날 아침 학교로 들어가는 순간 뭔가 허전해 살펴보니 스테인리스로 된 주름형 교문이 통째로 사라진 것. 연말께 교육청으로부터 '교문을 훔쳐가는 도둑이 설치니 주의하라'는 공문을 받았지만 막상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이런 일을 당하자 어이가 없었다.
지난해 12월12일부터 한 달 새 천안지역에서 발생한 교문 도난사례는 모두 12건. 시내 11개 초·중학교와 노동부 천안사무소가 잇달아 피해를 봤다. 피해 학교는 모두 스테인리스 주름형 교문을 설치한 곳으로 최근 신설됐거나 교문을 교체한 지 얼마되지 않은 곳들이다.
경찰 조사결과 폐쇄회로(CCTV)에는 범인으로 보이는 일당 2명의 모습이 찍혔으나 화면이 너무 어두워 판독이 불가능했다. 절도범들이 1톤 트럭을 교문 앞에 세우고 교문을 절단기로 자른 뒤 적재함에 싣고 달아나는데 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분 정도. 인적이 드문 새벽 2∼5시 사이에 이루어졌다.
경찰과 경비업체는 사건발생 후 순찰을 강화하는 등 교문 지키기에 나름대로 힘을 기울이고 있으나 범인들의 신출귀몰한 수법에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훔친 교문을 세척한 후 다른 곳에 시공하기 위해 팔거나 중국으로 수출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름형 교문은 특수약품으로 세척하면 새것과 똑 같아 완제품 상태로 재시공이 가능하고 크기에 따라 300만∼6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스테인리스의 국제가격이 급등하자 해외로 빼돌리거나 수출용으로 둔갑했을 가능성이 높아 세관과 공조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천안=이준호기자 junho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