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갈수록 악화하는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설정, 고용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의 육성과 공공부문 채용 확대에 발벗고 나섰다. 기업들이 국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신규 투자와 고용을 꺼리고 있는 만큼, 정부라도 앞장서서 서비스업 분야의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늘려 실업난을 돌파해보겠다는 의도이다.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대부분 외환위기 때 써먹은 프로그램을 재탕한 것인데다, '경제 회복을 통한 고용 창출'이라는 정공법 대신 임시방편으로 일자리를 급조해내는 식이어서 총선을 앞둔 선심용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으로 청년 실업 가중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20대 실업자는 전체(77만7,000명)의 44.4%인 34만5,000명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14.2% 급증했다. 1999년 전체 실업자가 137만4,000명에 달했을 때 20대 비중이 35.6%였던 것을 감안하면, 그동안 청년 실업이 얼마나 악화했는지를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실업 증가가 고용시장의 구조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지적한다. 즉 6%대 성장을 이룬 2002년 59만7,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진 만큼, 비록 지난해 3.0% 안팎의 낮은 성장을 했더라도 30만개 정도의 일자리는 늘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3만개의 일자리가 줄어 '고용 없는 성장'을 확인시켜줬을 뿐이다.
KDI 최경수 연구위원은 "중화학 제품 위주의 수출 일변도 성장구조로는 고용 창출이 불가능하다"며 "자동차 수출이 2배 늘어난다고 해서 고용이 2배로 확대되는 게 아닌 만큼, 고용증대 효과가 큰 내수산업의 회복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진학률이 올라가면서 청년층은 번듯한 사무직을 선호하는 반면, 기업은 기술·노동인력을 원하는 등 노동시장에서 분야별 수급이 맞지 않는 것도 청년 실업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내수 회복 없이 고용 창출 어려워
정부도 최근의 취업난에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고, 경기회복을 통해 내수업종이 살아나지 않는 한 고용사정이 근본적으로 호전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인력수급 해결에는 교육제도 개혁 등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다, 누적된 가계부채가 정리되고 있다고는 해도 가계소비가 갑자기 좋아지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때문에 정부는 비교적 손쉬운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기업이 이공계 인력을 채용할 경우 2년간 임금을 보조하고, 4조2교대식의 일자리 나누기를 확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공공부문 고용확대가 가장 효과적인 일자리 창출 방안"이라며 "우리나라는 교원, 군인 등을 제외하면 공공부문 고용비율이 5%로, 미국(15%)과 북유럽(30%)에 비하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고용 악화와 내수 부진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투자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이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분석팀장은 "공공부문의 일자리 늘리기로 고용 흐름을 바꾸기는 어려운 만큼, 민간 차원의 내수 및 투자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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