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15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다. 노 대통령이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을 '반개혁세력'으로 몰아세운 데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조순형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고, 구 국민회의 시절 이후 수년만에 처음으로 청와대 앞 침묵시위라는 장외투쟁까지 불사했다. 당 회의에선 의원직 사퇴 주장까지 나왔다고 한다. 16일에는 청와대에 공식 항의 서한을 전달할 예정이다.민주당이 격앙한 직접적인 원인은 물론 TV 생방송 중에 졸지에 '반개혁세력'으로 치부돼 버린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 참에 노 대통령과의 대립각을 한층 분명히 해 민주당 지지층을 결속시키는 한편 한나라당 대 열린우리당의 양당 구도로 몰아가려는 여권의 선거전략에 제동을 걸어야 겠다는 의도도 읽을 수 있다.
조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노 대통령의 회견은 민주당 죽이기를 통한 총선 챙기기"라며 "최소한의 도덕성과 인품을 갖추지 못한 데 대해 분노하며, 내 자신이 대통령 탄생에 일조한 것에 자괴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는 "측근 비리, 불법 대선자금을 모금해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 군납비리로 뇌물을 받고 미군부대에서 도박하는 것, 선거자금으로 생수회사 빚을 갚는 것, 대통령후보가 돈을 달라고 먼저 요구한 것이 개혁이냐"고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싸잡아 성토했다. 그는 격앙된 어조로 "마시던 우물에 침을 뱉는 행위", "더러운 입" 등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해 노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회견을 마친 후 의원 당직자 100여명은 청와대 앞으로 몰려가 마스크를 쓴 채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1시간여 동안 침묵 시위를 벌였다. 김경재 이낙연 의원은 당을 대표해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과 유인태 정무수석을 만나 노 대통령의 선거 개입 중지 등을 요구했다. 문 실장 등은 노 대통령이 "선거나 정쟁에 개입할 의도가 없으며 문제 삼는 발언도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은 시위를 벌인 뒤 긴급 간부회의를 갖고 "대통령 본인이 공개적으로 발언 취소와 사과, 재발 방지 약속을 하라"고 요구했으나 경제난 등을 감안, 청와대 시위는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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