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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20년만에 마련한 나의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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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20년만에 마련한 나의 궁전

입력
2004.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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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의 어느 변두리에서 방 한칸이 딸린 음식점을 임대해 20년간 장사를 했다. 그러나 얼마 전 그렇게 정들었던 이 음식점을 정리해야 했다. 먹거리 장사는 불황에 강하다는 속설도 있지만 그것도 요즘 불경기엔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주변에 대형 음식점이 생기면서부터 우리 가게를 찾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든 탓도 있었다.음식점에 딸린 방은 정말 초라했다. 미닫이문 하나가 달린 방은 둘이 누우면 돌아누울 수 없을 정도로 좁았다. 수도꼭지가 달린 조그마한 부엌에는 흔한 가스레인지조차 없었다. 그래서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사용했다. 그렇지만 내가 가진 전세금으로 이 정도의 공간을 얻은 것도 감사했다.

막상 음식점을 정리하고 나니 정들었던 이웃들과 헤어진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샐러리맨들은 퇴근 시간이면 우리 음식점을 찾아와 술 한잔을 걸치며 직장과 가족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험 대리점 소장님, 환경 미화원 아저씨, 술을 좋아하는 화물차 기사님이 단골이었다. 이들은 기쁜 일이나 힘들었던 일, 슬픈 일이 있을 때면 우리 가게를 찾아와 부담 없이 시름을 달래곤 했다. 우리 가게는 동네 사람들이 일상생활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렇게 20년 동안 정들었던 곳을 떠난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간 미뤄두었던 살림살이를 차분히 정돈하였다.

그간 모아둔 적금을 털어 마련한 새 집은 나에게는 궁전이다. 이 곳에는 깨끗하게 정돈된 방과 아담한 부엌과 조그마한 목욕탕이 있다. 처음으로 내 보금자리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 꿈만 같다. 그간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아끼면서 살아온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절약하면서 살아온 나로서는 길거리 여기저기에 멀쩡한 살림살이들이 버려져 있는 것을 보면 속이 상한다. 유통기한이 하루만 지나도 개봉도 하지 않은 채 버려지는 식품들, 아직도 사용 가능한 그릇들, 멀쩡한 살림살이들이 쓰레기처럼 버려져 있다. 나는 이것들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가까운 고물상에 넘긴다. 본인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라도 쓰레기가 되지 않도록 물건을 재활용하는 절약 정신이 아쉽다. 삶이 각박해지고 정을 나누는 것이 어려워지는 요즘이다. 그럴수록 물질 뿐 아니라 넉넉한 마음을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눠야 하지 않을까.

/강영숙·대구시 수성구 수성로 3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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