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연두회견은 현안에 대한 명쾌한 답변은 물론, 국정운영에 대한 비전제시가 없어 실망스럽다. 사안의 경중에 대한 인식이나 산적한 난제에 대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 스스로가 자초한 재신임 정국과 열린우리당 입당문제 등에 대한 모호한 답변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외교부 직원의 징계와 같은 장관에게 맡겨도 될 사안에 대해서는 불필요하게 장황스런 설명을 했다.노 대통령은 재신임 문제에 대해 "(대국민)약속이고 어떻게 실천할지를 계속 고민할 것"이라며 "측근 비리에 대한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났을 때 국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언제 어떤 식으로 매듭을 짓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의장이 주장한 총선과 재신임 연계에 대해서는 "야당이 강력히 반대하고 법적 시비가 있어 설사 생각이 있더라도 어려운 것 아닌가"라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열린우리당 입당문제에 대해서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저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우리당을 하고 있어 입당하는 것이 도리"라면서도 "개혁의지를 가진 정당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허물이 명확하게 정리되고 당에 부담이 되지 않겠다는 판단이 설 때 입당하겠다"고 말했다. 누가 뭐래도 열린우리당의 핵심은 노 대통령이다. 입당은 하지 않으면서 정 의장과 청와대에서 회동을 갖고 정국운영을 논의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아예 당적을 갖지 않고 초당파적 국정운영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우리당은 집권 여당임을 자부하고 있다.
총선이 있는 정치의 해를 맞아 혼선을 빚고 있는 정치 현안에 대한 처방이 나왔으면 했던 기대는 충족되지 않았다. 정치의 불가측성과 불안정이 국정전반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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