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할 때처럼 집주인의 성격이 잘 나타나는 때도 없다. 어떤 물건이든 아까워서 쉽게 버리지 못하는 사람은 이사할 때마다 식구들의 신지도 않는 신발을 커다란 자루에 담아 다닌다. 버리지 않는 이유는 아직 신을 만해서다. 그래서 그 집 식구들마다 지금 신고 있는 몇 켤레의 신발과 다시는 신지 않을, 아직 신을 만한 신발 몇 켤레를 갖고 있다.어느 집이나 현관 한쪽 옆에 놓인 신발장이 그렇게 크지 않다. 새 집으로 이사를 해도 자루 속의 신발을 신발장에 넣지 못하고 자루째 다용도실 구석에 보관하다가 다음 이사할 때 다시 신주처럼 끌고 다닌다.
"이제 이거 좀 버리지." 식구 중 누가 그렇게 말하면 그 집 주부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한다. 그것은 아직 신을 만한 신발이고, 이제까지 그런 태도로 자신의 알뜰함을 증명해왔던 것이다.
그 신발들이 언제 버려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직 신을 만한' 상태에서 더 이상 신지 않고 그냥 보관해오기만 한 그 신발들은 언제 다시 꺼내봐도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아직 신을 만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건 다른 물건도 마찬가지여서 그 집은 언제나 아직 쓸 만한 물건이 꽉 찬 생활 박물관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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