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반대해온 국가들에 대해 취했던 이라크 복구 사업 참여 금지 조치를 철회하겠다고 밝혀 지난 한 해 국제정치를 관통했던 미국 대 반전 국가간 갈등 구도에 변화가 생길 조짐이다.미국은 또 올 6월 이전 직접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이라크 다수파인 시아파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선에서 주권 이양계획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두 사안은 궤가 다르지만 미국이 이라크 안팎의 갈등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전후 재건 작업을 추진하려 한다는 같은 결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3일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열린 미주 특별 정상회의에서 폴 마틴 캐나다 총리를 만나 이라크 전쟁에 반대해온 캐나다가 미국이 재정 지원하는 186억 달러 상당의 재건 사업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일단 장 크레티엥 전 캐나다 총리 집권 시절 이라크 전쟁으로 빚어졌던 캐나다와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의 언급은 캐나다에 국한되지 않고 그간 첨예한 대립각을 유지해왔던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반전국가들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숀 매코맥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프랑스와 다른 국가들도 이라크에서의 우리의 노력에 동참하기를 원한다면 상황이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14일 "이라크 주권 회복에 대한 기본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미국이 입장을 바꾼다면 환영할 일"이라고 반겼다.
결국 지난해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이 주도해 입안한 반전국 재건사업 수주 금지 조치는 이번 미―캐나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퇴색되게 됐다.
이번 조치는 이라크의 대외 채권 문제를 비롯한 전후 현안을 풀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고 하다는 점, 부시 미 대통령의 올 11월 대선 전략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올 6월 이전 직접선거를 통해 주권 이양을 책임질 과도의회를 선출해야 한다는 이라크 시아파 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알 시스타니의 요구를 고려해 "주권이양 계획을 재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폴 브레머 미군정 최고 행정관은 "조기 총선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나 코커스(미국식 당원대회) 방식의 간접 선거로 주권이양 작업을 책임질 과도의회 의원과 과도 행정기구 책임자를 선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구상하는 코커스는 이라크 과도 통치위가 지명한 과도의회 의원 후보에 대해 이라크 주민 대다수가 행정 단위별로 마련된 투표구에서 찬반을 밝히는 투표 방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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