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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김광호 포스데이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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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김광호 포스데이타 사장

입력
2004.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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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1966년 호남비료 입사

1969년 포항제철 자금부장, 관리실장 등 역임

1988년 포스틸 부사장

1997년 포스데이타(주) 대표이사

현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명예회장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객원교수

시스템통합(SI) 업계는 기업과 사회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책임지고 있지만 경기를 많이 타고 기술변화에도 민감해 장수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적은 편이다. 이런 점에서 포스데이타의 김광호(61) 사장은 예외적인 인물이다. 1997년 첫 취임한 이래 줄곧 한 자리를 지켜 '업계 최장수 CEO'로 꼽히고 있다.

늦은 밤 경기 분당의 사무실에서 만난 김 사장은 "이제 7년차 CEO가 최고참이라니 창피하다"면서도 자신의 'CEO 역정'에 대해 시원하게 풀어냈다.

계급문화에 칼 들이대

김 사장은 포스데이타로 옮겨오기 전 30여년을 포스코 그룹에서 보냈다. 69년 자금부에 입사, 자금부장과 관리실장, 관리이사 등을 거친 '재무의 달인'이다. 거대 철강 회사의 재무 업무를 도맡아 한 덕에 이제는 재무제표만 슬쩍 들여다봐도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손쉽게 알 수 있다는 것. 숫자에도 강해 어지간한 수치는 한번 보기만 해도 줄줄 외운다.

포스틸, 포스코산기 부사장을 거쳐 포스데이타에서 첫 CEO 자리에 오른 그는 포스데이타에 산재해 있던 경직된 조직문화를 걷어내는데 앞장섰다.

당시만 해도 포스코 그룹에는 사원부터 사장까지 10여단계에 이르는 복잡한 계층 구조와 '부하 직원이 상사보다 더 좋은 차를 타면 안된다'는 계급 의식이 존재했다.

김 사장의 눈에 직원이 1,100명밖에 안되는 IT기업에 이런 문화가 배인 것은 치명적인 비효율로 비쳤다.

"사장이 임원 회의에서 뭐 하나를 물어봤다고 칩시다. 대답이 오려면 일주일은 걸립니다. 임원에서 부서장으로, 부서장에서 실무자로 내려가는데 며칠, 그 사이에 지시 내용도 눈덩이처럼 부풀어 말단 실무자가 처리하는데 며칠이 걸리죠." 김 사장이 직접 실무자를 찾아가 질문하고 토론하는 일이 빈발하자 나이든 임원들이 견디지를 못했다. 불만도 터져 나왔다.

정보화 드라이브

김 사장은 대대적인 '개혁 드라이브'로 응수했다. 부장· 차장· 과장의 직급을 폐지하고, 사장 직속의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이와 함께 사업부 중심의 체제 개편을 시도했고, 성과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완전 연봉제도 일찌감치 시작했다.

1,100명의 인력이 730명으로 줄어드는 구조조정이 끝나자마자 외환위기의 광풍이 몰아 닥쳤다. 내부의 비난을 감수하고 밀어붙인 구조조정이 미래의 더 큰 위협에 든든한 대비가 된 셈이다. 환란 전에 퇴사한 직원들은 대부분 재취업이 가능했다. 회사로서도 정리해고가 유행처럼 번져갈 때 고용을 유지, 조직을 안정시켰다.

한숨 돌린 김 사장은 경영전반에 걸친 정보화에도 착수했다. 인사, 재무·회계, 수주사업(프로젝트), 심지어 직원들의 스케줄까지 모두 컴퓨터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경영의 효율성이 극대화됐다.

직원들의 업무 및 일정 하나하나가 비용으로 계산 가능해진 결과, 각 프로젝트에 대한 자본 및 노동 투입량이 정확하게 산출돼 나온다. 여기에만 120억원의 돈이 들었다. "내가 먼저 경영 정보화를 해야 남에게 팔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다.

'고품질 경영' 끝까지 밀고 갈 것

포스데이타 직원들의 연봉은 이처럼 꼼꼼하게 전산화된 자료에 의해 정해진다. 특이한 점은 인사고과가 들쭉날쭉하면 팀장이 중징계(연봉 동결)를 받는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이는 팀 내부의 고과 나눠먹기, 돌려먹기를 막기 위해 정한 규칙"이라고 말했다. 현재 포스데이타는 사업부 별로 총액 연봉을 채택, 철저한 성과 및 업적 평가에 따라 급여를 배분하고 있어 연봉이 같은 경우는 단 한 사람도 없다.

3년 반에 걸쳐 철저한 '고품질 경영'을 추구한 노력은 밖에서 먼저 알아줬다. 2002년 국내최초로 경영 전부문에 대한 능력성숙도(CMM) 레벨 4등급을 획득해 품질경영인 대상을 탔고, 지난해에는 유럽소프트웨어공학연구소(ESI)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품질 우수상'도 획득했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은 디지털비디오레코더(DVR)와 병렬 슈퍼컴퓨터 분야로 이어졌다. 앞으로는 차세대 무선 인터넷인 '휴대 인터넷'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겸비해야 제대로 된 IT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김 사장의 지론.

김 사장은 최근 '분당 IT클럽'이라는 분당 소재 IT 기업인 모임으로 바쁘다. 업계의 '맏형'답게 기업간의 활발한 정보 교류와 창업 초기의 벤처 기업을 돕기 위한 노력이다.

그는 "이제 막 경영에 입문한 기분"이라며 "우리나라 최장수 CEO가 될 때까지 고품질 경영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 나의 경영철학

내 경영철학에는 두 가지 화두가 있다.

첫째는 '변화'다. 변화는 우리에게 기회가 되기도 하고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지구의 역사를 보더라도 변화가 발생했을 때 재빨리 적응한 생명체는 더욱 번성했지만 그렇지 못한 생명체는 세상에서 사라졌다. 이러한 원리는 기업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변화가 온 것을 느끼고 난 후에는 이미 늦었다. 변화를 예측하고 변화를 리드해 나갈 수 있는 조직과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디지털 경영시스템을 남보다 앞서 도입하고, 직급제 폐지와 완전 연봉제를 실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변화의 흐름을 예견하는 것은 최고경영자의 중요한 임무이다. 경영자를 꿈꾼다면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 그 속에서 되는 일과 안되는 일을 잘 구분해야 한다. 지금 발을 담근 일이 안되는 일이라면 과감히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둘째는 '신뢰'다. 세상의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의욕과 창의성이 극대화되려면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처음에는 뭔가를 기대할 수 없는 상대였다 하더라도 '이렇게 될 것이다'라고 믿고 행동하면 상대는 조금씩 달라진다. 이는 우리 마음 속에 들어있는 신기한 능력이다. 사람은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내가 월요일 아침마다 직원들한테 보내는 '아침편지'는 사실 나 자신에게 쓰는 글이다. 내가 스스로 다짐한 바를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장이라는 사람에게서 편지를 받으면 다소 어렵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편지 한 통을 통해 직급의 틀을 훌훌 벗고 인간 본연의 마음으로 터놓고 얘기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떤회사

포스데이타(www.posdata.co.kr)는 포스코가 1989년 설립한 정보시스템 구축 전문업체다. 국가기관이나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 시스템을 깔아주고, 관리· 운영해주는 것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경기 분당에 본사와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으며, 석· 박사급 연구인력을 중심으로 총 1,300여명이 일하고 있다.

2000년 11월 코스닥에 등록했으며 2003년 3,800억원의 매출액과 11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동종업계에서 성장률과 이익률이 최상위권에 속하며, 포스코의 생산 자동화 및 경영 전산화 기술을 기반으로 '철강 정보화' 부문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인정 받고 있다.

이밖에 국방분야와 도로교통, 철도 정보화 사업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 대한 개척에도 힘쓰고 있다.

이 회사는 품질 경영을 모토로 97년부터 경영 전산화에 박차를 가해왔다. 2002년 국내 최초의 소프트웨어 품질관리평가모델 'CMM'에 따른 '레벨4' 인증을 회사 전부문에서 획득했으며, 이 공로로 한국표준협회로부터 '국제 표준시스템 경영대상'(ISSMA)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유럽소프트웨어연구소(ESI)로부터 세계 최고의 품질우수기업 중 하나로 선정됐다.

다른 시스템통합(SI) 업체와 달리 하드웨어 부문에서도 사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리눅스 병렬처리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슈퍼컴퓨터와 디지털영상감시시스템(DVR)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부터는 차세대 인터넷으로 각광 받고 있는 휴대인터넷과 자동차 텔레매틱스 분야 등에 진출해 글로벌 IT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본금은 308억원이며, 포스코가 6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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