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 절반에게 방독면을 나눠준다며 1998년부터 10년 계획으로 방독면 보급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성능 미달 방독면이 납품된 사실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특히 방독면 업체가 국회의원측과 관련 부처 공무원을 상대로 로비를 한 단서를 포착, 수사중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경찰청 특수수사과는 98년 이후 국제표준규격기준에 미달된 방독면이 납품되고 이 과정에서 업체와 관련 공무원이 유착된 혐의를 포착, 방독면 공급업체인 S물산(주) 관계자를 상대로 수사중이라고 14일 밝혔다. 경찰은 이 업체 사장 이모씨 등 관련자들의 비리 혐의가 확인될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S물산은 2001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50억여원 상당의 방독면 17만개를 행자부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일산화탄소 등 유독가스를 제대로 정화하지 못하는 방독면들이 마치 규정 성능을 충족하는 것처럼 성능검사 기기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국제표준규격기준은 방독면 착용 후 3분이 지난 후부터 일산화탄소 농도가 350갧을 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도 이 회사 방독면은 착용 후 불과 23초가 지나자 일산화탄소 농도가 350갧을 기록했고 3분 후에는 780갧까지 상승했다. 이는 머리 부분을 덮는 방독면 윗부분을 재봉하는 과정에서 습기를 잘 흡수하는 면 소재를 사용한 탓이라고 S물산측은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성능 미달 방독면 납품 과정에 로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S물산 등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며 일부 회사 관계자들로부터 성능검사 과정에서 기기를 조작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사장 이씨가 납품과정에서 행자위 소속 K의원 보좌관 박모씨에게 3,000만원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행자부 조달청 경찰청 등 관련 공무원들에게도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를 잡고 수사중이다.
이에 대해 K의원은 "박 보좌관이 지난해 9∼10월 S물산측으로부터 2,000만원을 빌려 썼다는 말을 지난 2일 듣고 바로 해임했다. 나는 전혀 몰랐던 일" 이라고 해명했다.
정부는 재해예방 차원에서 방독면 보급률을 48%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98년부터 2007년까지 1,660억원을 투입, 2,253만개를 보급키로 하고 지금까지 500여만개를 보급했다. 한편 S물산측은 "지난해 11월부터 방독면 포장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당시 제품들을 전량 리콜하고 있으며 현재 납품되는 제품은 전혀 이상이 없다"고 해명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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