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우리가 보는 그대로일까. 눈에 보이는 사물의 색은 그 사물이 원래 간직하고 있는 색일까, 아니면 우리가 그렇다고 믿고 있는 지식에 따라 그 사물의 색을 규정하는 것일까. 빛과 색채는 미술작품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을까. 이런 의문을 가지고 예술가들의 눈에 비친 빛과 색채가 어떻게 예술작품으로 표현됐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2월15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빛과 색채의 탐험'. 유영국 곽인식 이대원 김창열 이종상 이두식 등 작고 대가와 원로, 중진부터 1970년대 생 기서비 홍지윤 등 신진까지의 작품으로 펼쳐지는 색의 향연이다.회화, 사진, 영상, 설치, 판화, 의상, 섬유,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에서 국내 작가 47명의 작품 120여 점이 나온다. 전시는 '빛' '색채의 기본 체계' '색채의 상호 작용' '표상된 색채' '상징화된 색채'로 나뉘어 구성된다. 사물 고유의 형태와 색채를 재현하는 데서 벗어나는 것으로 출발한 현대미술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펼쳐진다.
'빛'에서는 광원 그 자체를 시각화한 이경홍 전종철 허정선, 빛과 그림자의 효과를 이용해 공간감과 인간의 심리·정신적 측면을 강조한 김영진 박광성 박현주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빛은 공간을 만들어 통일감과 질서를 부여하기도 하고 소멸시키기도 한다. 빛이 미치는 범위가 사물이 보이는 범위가 됨을 작품들은 보여준다.
스펙트럼의 원리와 두 개 이상의 색채를 혼합해 다른 색채감을 일으키는 색 혼합의 원리를 이용한 작품을 보여주는 '색채의 기본 체계'에서는 김안식 하동철 홍미선, 빛에 빛을 더하는 가감혼합의 원리를 사용한 기서비 이주영의 작품 등이 소개된다.
'색채의 상호 작용'에서는 색상 대비, 명도 대비, 채도 대비, 보색 대비의 효과를 알 수 있는 신홍경, 박수철, 천광엽, 변선영의 작품이 각각 전시된다. 색의 대비는 인간의 감정, 격함이나 비통, 체념의 상태를 표현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조화 관계로 따뜻한 계열의 색채를 이용한 경우(정종미)와 차가운 계열의 색채를 이용한 경우(서지니) 등을 대비할 수 있다. '표상된 색채'는 작가들이 색을 사용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유영국 정진아처럼 임의로 색채를 선택해 비사실적으로 쓰기도 하고, 김창열 차일만 홍지윤 등은 인상주의자들처럼 눈에 지각된 색채만을 고집하기도 한다.
빛이 선과 진리, 미덕, 구원을 상징한다면 어둠은 우울, 괴로움, 사악의 상징이기도 하다. 반대로 아프리카인들에게 검정색은 생명, 흰색은 죽음에 연결된다.
'상징화된 색채'에서는 이처럼 빛의 정신적 의미를 보여주는 박항률, 이명복의 작품과 현대인의 혼란한 마음 상태를 보여주는 서용선의 작품 등을 보여준다. 성인들뿐 아니라 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에게도 유익한 전시다. (02)580―1514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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