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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여순사건 진실규명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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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여순사건 진실규명 바란다

입력
2004.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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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문성근씨가 진행한 KBS-TV 다큐멘터리 '인물 현대사'를 관심 있게 시청했다. 이 프로그램은 1948년 발생한 여순 사건의 희생자를 조명한 것이다. 실제로 여순사건을 경험한 나로서는 남의 일 같지 않았다.여순 사건은 1948년 11월 2일 대구에 주둔하고 있던 제6연대 소속의 일부 남로당계 군인이 주동이 되어 일으킨 반란 사건이다. 그런데 사건의 와중에서 반란군보다 진압군의 만행이 더 심했으며 이에 따라 억울하게 희생한 사람도 많았다.

당시 내가 알고 지내던 어느 젊은 검사는 여순 사건이 터지자 지인의 다락방에 숨어 살았는데, 정작 사건이 진압되자 좌익에 가담한 혐의로 우익에 의해 총살을 당했다. 평소 검사와 개인적 원한이 있던 어느 우익 인사가 그에게 반란 혐의를 씌워 살해한 것이다.

여순사건은 제주 4·3 사건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왜냐하면 제주 4·3 사건을 진압하고자 제주도로 파견될 예정이던 여수 주둔 국군이 일으킨 사건이기 때문이다.

제주 4·3 사건은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이 공식 사과함으로써 일단락됐다. 노 대통령은 공권력에 의한 무고한 양민희생을 인정하고 잘못된 역사에 대해 반성을 표했다. 대통령의 직접 사과가 나옴으로써 4·3 평화공원 조성, 유가족의 생계비 지원, 추모기념일 제정 등 지지부진하던 4·3 관련 명예 회복과 보상 작업 추진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그런데 여순사건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여순사건은 많은 사실이 과장되거나 은폐되고 근거 없이 확대되면서 어느 것이 사실이고 어느 것이 허위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다. 당시 신문은 사실 확인 없이 보도를 양산했고 관련 기록들도 일방적 시각 아래 서술돼 있다. 이제 여순사건은 사실 규명부터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정부가 제주 4·3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는 데 노력하는 것은 평가할만한 일이다. 이제는 역사적으로 동일선상에서 일어난 여순 사건에 대해서도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를 함께 만들어 역사의 진실을 규명해 주기 바란다. 그 길만이 당시 억울하게 숨져간 많은 무고한 시민들의 원혼을 위로하는 한편 그 멍에를 지고 살아온 유족들의 명예를 되살려 주는 방법일 것이다.

김 계 유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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