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풍(安風·안기부 자금의 선거전용)사건의 요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6년 선거 때 강삼재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에게 돈을 직접 건넨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돈이 안기부 예산이었는지, 아니면 대선 잔금이었는지, 또는 통치 비자금이었는지 성격과 출처 등이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 940억원의 거액이 신한국당의 선거에 전용됐음이 확인됐는데도, 정확한 진상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강 전 의원의 변호인인 정인봉 변호사는 "김 전 대통령은 강 전 총장을 수시로 청와대 집무실로 불러 1억원짜리 수표로 수십억원, 많게는 200억원까지 지갑에 넣어주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기소에서 제외했지만, 1995년의 지방선거 때도 당시 민자당 사무총장 김덕룡 의원을 통해 257억원을 비슷한 방법으로 지원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전 대통령측은 "안풍 자금이 안기부 예산으로 확인될 경우 돈을 토해내야 할 한나라당측 변호사들이 오래 전부터 주장한 것으로 새삼스런 얘기는 아니다"라며 "김 전 대통령을 조사하는 것은 말이 안 되며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는 재판과정에서 가려질 것이나, 의혹이 제기된 이상 검찰은 전면 재수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바람직한 것은 김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재임 중 사건인 만큼 스스로 진상을 밝히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이 국민회의를 창당해 정계에 복귀한 당시의 김대중 총재에 맞서 96년 총선을 총지휘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허탈과 분노가 교차하는 검찰의 대선불법자금 수사는 음습한 정치자금의 고리를 끊는 게 시대적 과제임을 말해주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과거청산 차원에서라도 사건의 전모를 스스로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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