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땅 위장매매 형식으로 불법 정치자금 19억원을 노무현 후보측에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13일 "노무현 후보가 먼저 '용인 땅이 헐값에 팔릴 것 같으니 사달라'고 부탁했다"며 "장수천도 인수해 줄 것을 제의했었다"고 밝혔다.이날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김병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강 회장은 "야당이 노 후보를 실패한 기업인으로 몰아가는 것에 화가 났다"며 "도와 주고 싶었던 차에 노 후보의 부탁을 받고 용인 땅을 사게 됐다"고 주장했다. 장수천 빚 변제와 관련, 안희정씨는 "노 후보의 유일한 약점으로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것 같아 해결을 주도하게 됐다"고 말했으며 선봉술씨도 "2002년 7월 노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오모씨가 채무 변제를 독촉한다고 했더니 '내가 최도술과 안희정에게 얘기해 해결해 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안씨는 또 강 회장에게 준 20억원이 넘는 돈에 대해 "용인 땅 매입 대금이 아니라 '살림살이'하는 사람으로서 '예비 식량'을 위해 맡겨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용인 땅 등기부등본에 김남수 청와대 행정관이 가등기돼 있는 것과 관련, "이기명씨 등이 매매를 자연스럽게 보이게 하기 위해 본인 동의 없이 명의를 빌린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안씨가 대표로 있던 '오아시스 워터' 사무실이 썬앤문 문병욱 회장 소유의 건물에 입주해 있던 사실을 언급하며 대선 이전부터 문 회장과의 거래가 있었음을 새롭게 제기했다.
앞서 362억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측근 서정우 변호사에 대한 첫 공판에서 서씨는 삼성으로부터 받은 채권 112억의 행방에 대해 "현금으로 바꿔 3∼4차례에 걸쳐 이재현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또 현대자동차에서 받은 100억원 중 99억원만 당에 전달한 이유를 "채권 112억원을 현금으로 바꿨더니 100억원에서 1억원 이상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이씨가 채권을 넘겨받은 사실을 부인하고 최돈웅 의원도 진술을 번복하고 있어 채권을 현금화하지 않고 대선잔금으로 남겨뒀을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서씨는 "기업들이 왜 피고인에게 돈을 줬냐"는 질문에 "정치인들은 못 믿겠다. 당신이라면 믿겠다"며 "당 사람들은 모르게 이 후보에게 전달해 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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