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간 우주 탐사·개척 경쟁이 다시 불 붙기 시작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4일 달과 화성에 인간을 보내는 포괄적인 우주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럽연합(EU), 러시아, 중국, 일본과 함께 인도와 브라질 등도 우주 경쟁에 가세, 21세기 우주는 강대국들의 본격적인 각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다시 불 붙은 달 탐사
미국은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를 시작으로 72년 12월까지 5차례에 걸쳐 12명을 달에 보냈지만 이후 달 착륙을 중단했다. 그런 미국이 향후 달에 영구기지를 건설한 뒤 화성을 탐사하는 기지로 삼는다는 획기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기술로 3일이면 갈 수 있는 달은 태양계 행성 개척을 위한 중간기지로 매우 유용하다. 우선 달은 무중력에 공기가 없어 지구와 달리 대기권 탈출을 위한 강력한 추진장치가 필요 없다. 이번 계획에 소요되는 비용은 화성에 유인 우주선을 보내는 비용만 3,000억 달러에서 최대 1조 달러(1,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달 기지 건설 비용은 기지가 수행할 임무에 따라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추산조차 어렵다.
EU는 작년 9월 1억1,000만 유로(1,390억원)를 들여 최초의 달 탐사선 스마트-1호의 발사에 성공했다. 스마트-1호는 올해 12월 달에 도착, 본격적인 탐사에 나설 예정이다. 스마트-1호는 소형기구를 이용해 달의 기원과 물의 존재 여부, 영구기지 건설 가능성 등을 최소한 6개월 조사하게 된다.
일본은 올해 안에 달 탐사 프로젝트인 '루너 A'계획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달 궤도를 순회할 모선과 탐사장비를 이미 개발했다. 이 계획을 통해 달의 토양과 지질의 혼합물 표본을 채취할 작정이다.
중국은 지난해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5호 발사 성공의 여세를 몰아 2010년까지 무인 우주선을 달에 보낼 계획이다. 중국의 달 탐사 사업인 '창어'계획에 따르면 2007년까지 우주선의 달 궤도 선회가 완료되고 2010년까지는 무인 우주선이 달에서 토양과 돌 등을 수집해 귀환하게 된다.
인도도 달 탐사를 위한 '찬드라얀'계획을 수립, 2007년이나 2008년 무인 우주선을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달을 지나 화성으로
화성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울 뿐 아니라 각종 조건도 지구와 가장 가까운 행성이다. 하지만 화성 탐사는 지난 40여 년간 30차례의 시도 중 12번만 성공했을 정도로 실패율이 높았다.
화성 탐사를 가장 먼저 시작한 국가는 구소련이다. 구소련은 60∼62년 4개의 무인 우주선을 화성으로 보냈지만 모두 실패했다. 구소련은 하지만 71년 마르스 3호가 무인 착륙선을 안착시킴으로써 최초의 화성 방문국이 됐다. 구소련의 자존심을 계승한 러시아는 96년 화성 탐사선을 발사했지만 엔진 고장으로 실패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2030년까지 화성에 영구적인 연구기지와 이를 위한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 5일 장거리 이동 탐사로봇 '스피릿'을 7개월의 비행 끝에 화성에 안착시켜 교신에 성공함으로써 화성 개척 경쟁에서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 미국이 화성에 우주선을 착륙시킨 것은 76년 바이킹 1, 2호와 97년 패스파인더에 이어 이번이 네번째다. 미국은 스피릿의 쌍둥이 탐사로봇인 '오퍼튜니티'를 24일 다시 화성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EU는 작년 6월 2일 화성 탐사선인 마스 익스프레스호를 발사했다. 하지만 지난달 화성 궤도에서 하강한 착륙선 비글 2호가 안착 여부를 확인하는 교신에 실패함으로써 실종상태에 빠졌다.
일본은 186억 엔(1,900억원)을 투입해 화성탐사 우주선인 노조미호를 발사했다. 노조미호는 지난달 화성에서 120만㎞ 거리까지 접근했으나 전기회로 고장으로 화성 궤도진입은 포기했다. 노조미호의 실패는 일본의 화성 탐사계획에 큰 타격을 입힌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도 2020년 이전 화성 탐사선을 발사할 것이라고 밝혀 화성 쟁탈전에 합류할 뜻을 분명히 했다.
태양계 전체가 경쟁 무대
우주경쟁은 달과 화성에 그치지 않는다. 혜성과 수성, 토성 등이 그 다음 표적이다. 미국이 발사한 우주선 스타더스트호는 5년간 비행 끝에 와일드 2 혜성에 근접했다. 혜성의 꼬리에서 얼음과 먼지를 채취하는 것이 첫번째 임무다. 미국은 올해 12월에도 딥임팩트호를 발사, 6개월 뒤 템플 1 혜성에 접근시킬 계획이다. EU도 다음달 26일 혜성 탐사선 로제타호를 발사한다.
토성 탐험도 이미 시작됐다. 미국이 발사한 카시니호는 6월 1일께 토성의 꼬리를 통과하며 생생한 사진을 전송할 계획이다. 미국은 또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맞춰 탐사선인 헤이젠을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미국은 토성에 이어 수성 탐사선인 메신저호를 3월 발사하기로 했다. EU도 수성에 우주선을 착륙시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군사·산업등 천문학적 파급효과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 우주 개발은 과연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미 항공우주국(NASA)은 화성에 유인 우주선을 보내는 계획에 최대 1조 달러(1,200조원)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1969년 달에 인류의 발자국을 남기게 했던 아폴로 프로젝트는 현재의 화폐 가치로 계산하면 총 1,500억 달러(180조원)가 소요됐다. 최근 1년간 전세계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지원한 기금이 500억 달러(60조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우주 개발에 들어가는 돈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57년 첫 인공위성을 발사한 지 47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우주 개발로 얻은 직접 이익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실생활에서의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극히 최근에 이루어진 민간인 2명의 우주관광이 가시적인 성과라면 성과다. 그러나 이것도 1인당 2,000만 달러(240억원)라는 어마어마한 경비가 들어갔다.
이 때문에 우주보다는 빈곤, 환경 등 지구상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예산을 우선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AP통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가운데 55% 가량이 우주 탐사보다는 교육과 보건 등 국내 문제 해결에 돈을 쓰기를 원했다.
하지만 우주 과학자를 비롯한 상당수 전문가들은 우주 개발의 경제성을 옹호하고 있다. 이들은 우주 개발 과정에서 급속히 발전한 첨단 과학기술이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는 등 커다란 경제적 파급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를 들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실시간으로 TV로 볼 수 있는 것은 우주 공간으로 쏘아올린 인공위성 덕분이다. 일기 예보를 위한 기상 관측도 인공위성을 통해 이뤄진다. 또 우주 개발에서 핵심적인 진공 기술은 컴퓨터나 휴대 전화 등에 쓰이는 고집적 반도체 등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했다. 대체 에너지의 선두주자인 태양전지도 1968년 미국의 뱅가드 인공위성 1호에 처음 쓰였던 것이다.
미국 미드웨스트 리서치 연구소는 "아폴로 계획은 1달러 당 7달러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했다"고 추산했다.
한편 군사적으로는 대륙간 탄도탄(ICBM)을 발전시켰고, 위성을 통한 정찰 활동도 가능케 했다. 우주개발 계획의 성공으로 민족적 자부심과 국가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부수적 이익이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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