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가치가 12일 장중 한때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로화 강세가 새해 들어서도 멈출 조짐을 보이지 않자 유로 경제권에서는 수출업체에 미칠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유럽 기업들이 공장을 유로권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까지 검토할 정도이다.이날 유로화는 한때 1.2898 달러로 치솟아 종전 최고치인 9일의 1.2870 달러를 갈아치웠다가 1.2843으로 마감했다. 이날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의 제동 발언이 없었다면 유로화는 1.29 달러 선까지 위협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뻔 했다.
트리셰 총재는 이날 스위스에서 열린 선진 10개국 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유로화 환율 문제에 대해 "우리는 우려하고 있고 절대로 무관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피에르 라파랭 프랑스 총리도 이날 신년 리셉션에서 "달러화 및 유로화 사이의 불안에 우려하고 있다"며 "급격한 환율 변동은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도 좋지 않으므로 적절한 환율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2년 2월 이후 무려 50%나 평가절상된 유로화는 유럽지역 수출 제조업체들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를 자회사로 둔 프랑스 파리의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 필립 카뮈 최고경영자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로화 가치 상승으로 경쟁력이 하락할 경우 공장을 유럽 이외의 지역으로 옮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국방부 발주 계약을 따기 위해 아예 미국에 비행기 생산 공장을 세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름, 디지털 영상 기기 등을 제조하는 벨기에의 아그파 게바에르트 그룹도 유로화 상승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아그파 그룹은 달러화 가치가 10% 하락할 때마다 세전 수익이 2,500만 달러 감소하지만 숙련 노동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쉽게 공장을 옮길 수도 없는 처지이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자동차, 기계, 전자업체 등 독일의 수출 기업들이 곤경에 처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유로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상당수 독일 기업들이 생산 라인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산업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실질임금도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달러화 하락과 유로화 급등은 미국의 엄청난 경상 적자와 재정 적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이나 미국이 환율 조정에 거의 나서지 않아 유로화 상승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또 아시아 각국이 달러화 약세에 따른 자국 통화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점도 유로화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단일 통화인 유로(Euro)는 1999년 1월 공식 출범, 2002년 1월부터 유럽연합 15개 회원국 중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12개국에서 채택돼 사용되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