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편견이 아니라 법리에 따라 당연한 판결을 한 것 뿐입니다."한강에 포르말린을 방류토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미 군속 앨버트 맥팔랜드씨에게 지난 9일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한 서울지법 형사15단독 김재환(40·사진·사시32회)판사는 감정이 아닌 법률에 따른 판결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김 판사가 검찰이 벌금 500만원을 구형하는 등 형식적으로 기소한 이번 사건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자 시민단체 회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판결은 '공무 수행 여부에 관계없이 미 군속에 대한 1차 형사재판권은 한국에 있다'고 판결한 첫 사례로 남게 됐다. 또 '미 군속뿐 아니라 미군의 공무 수행 중 범죄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판단해 적용이 가능하다'고 밝혀 미군에 대한 형사재판권까지 가능성을 열어 뒀다.
김 판사는 이 사건을 맡게 된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문외한이었다. SOFA 규정상 '서로 차이가 있을 때에는 영어본이 우선한다'고 돼 있어 SOFA 원본을 구하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외교부를 통해 어렵게 자료를 구한 그는 미국과 일본, 미국과 NATO간에 체결한 SOFA 원문까지 비교해 가며 1년에 가깝게 사건을 심리했다.
김 판사는 "양국의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심적인 부담이 컸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행 SOFA 규정 중 미국에 편향된 부분이 있어 사법 정의를 세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미군측의 항소 포기에 대해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가 대법관들의 판단을 받아보고 싶었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사시와 행시에 동시에 합격한 김 판사는 "성실한 것도 중요하지만 법 정의를 위해 외압에 휩쓸리지 않는 '강단(剛斷)'이 있어야 한다"며 올곧은 법관의 자세를 강조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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