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 형제자매와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어린 아이들부터 큰 집안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여러 세대가 함께 하는 소중한 자리다. 차례를 지내고 떡국을 끓여 먹고 그 동안 바쁘게 살아온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명절. 그렇지만 세대 차이가 워낙 많이 나는 탓에 대화를 나누다보면 모든 세대가 어울려 편하게 이야기할 소재가 별로 없는 게 사실이다.이럴 때 영화는 세대를 묶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여기에 설 연휴라 가족 모두가 극장 가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일. 역시 DVD와 홈시어터가 가장 뛰어난 효자 노릇을 하게 마련이다. 원하는 시간에 편하게 볼 수 있고 차례 음식을 준비하면서도 영화 이야기와 사는 얘기를 나누는 것도 색다른 분위기 연출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모든 세대가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영화를 골라보자. 설 연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는 '벤허' '로마의 휴일' '닥터 지바고' '사운드 오브 뮤직' '오즈의 마법사' '메리 포핀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콰이강의 다리' '사랑은 비를 타고' 같은 고전명작이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고 모든 세대를 이어주는 대표작들이다.
DVD로 보는 이 영화는 수 십년의 세월을 잊은 듯 영상과 음향이 잘 복원돼 있다. '로마의 휴일' DVD에는 반세기가 지난 영화를 어떻게 복원했는지 원래 필름의 색감과 소리를 살려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수록돼있다. 또 오드리 헵번이 이 영화를 제작하기 전에 감독과 만나 상의하는 영상이 수록돼 눈길을 끈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닥터 지바고' DVD는 볼세비키 혁명 전후의 소용돌이에서 펼쳐지는 러시아와 시베리아의 광활한 대지와 설원이 2.35대1의 와이드 화면에 시원스럽게 담겨졌다. DVD를 위해 이제는 노인이 된 주인공 오마 샤리프의 소개와 데이비드 린 감독의 미망인이 제작 당시를 회고하며 들려주는 음성해설은 또 다른 감동을 자아낸다.
'사운드 오브 뮤직', '오즈의 마법사', '사랑은 비를 타고' 등의 뮤지컬 영화 DVD는 홈시어터를 타고 들리는 음악만으로도 절로 신난다. 도레미송과 에델바이스, 오버 더 레인보우 등의 유명한 뮤지컬 시퀀스를 함께 어울려 감상하게 되면 각 세대별로 이들 영화에 얽힌 삶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영화는 개인의 추억을 새겨놓은 이정표 역할을 해준다. "내가 저 영화를 봤을 적에는…"으로 시작되는 회상이 오래된 영화를 다시 보면서 새록새록 살아나기 때문. 이번 연휴에는 DVD를 통해 세대를 초월한 가족 공동체의 사랑과 정을 느껴 보시길!
/DVD칼럼니스트 kim@journalist.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