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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증시분석가가 강도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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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증시분석가가 강도행각

입력
2004.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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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애널리스트란 말을 국내에 처음으로 등장시키며 증권전문 케이블TV 증시분석가로 명성을 날렸던 한상수(44)씨가 주식투자로 30억원을 날린 뒤 1년여 동안 서울 고급 주택가에서 11억원대의 강·절도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한씨는 강도 강간 등 혐의로 11년여간이나 복역한 뒤 이를 감쪽같이 숨기고 증시 분석가로 행세해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서울 용산경찰서는 12일 주한외교관 사저와 고급주택가 등을 돌며 강·절도 행각을 벌여 모두 11억여원어치의 금품을 털어온 한씨를 특수강도 강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한씨는 지난해 4월 서울 역삼동 한 가정집에 침입, 최모(23·여)씨를 성폭행하고 나체사진을 찍은 뒤 "신고하면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한씨는 2001년 3월부터 2년간 매일 1시간씩 증권전문 케이블TV인 MBN의 증시분석 프로그램 진행자로 일해왔으며, 같은 기간 인터넷 금융정보제공업체인 팍스넷의 투자사업본부장으로도 재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한씨는 강·절도 행각을 일삼던 지난해 5월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10여년 동안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IMF 위기 이후 그만두고 사이버상에서 증시 관련 글을 써온 사이버애널리스트"로 소개하는 등 자신의 학력, 사회 경력 등에 대해 가족은 물론 직장 동료들까지 감쪽같이 속여온 것으로 밝혀졌다.

한씨는 강도 강간 및 불법 비디오 제작 등의 혐의로 2차례에 걸쳐 11년을 복역하고 1993년 출소한 뒤 교육관련 불법 비디오를 제작·판매해 큰 돈을 벌었다. 한씨는 이 돈을 주식에 투자, 20억원을 벌었으며, 이후 각종 증권관련 사이트에서 사이버 투자고수로 활약했고 이를 발판으로 케이블방송 등에 진출했다.

하지만 2002년 12월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등에 투자, 30억원을 날려 10억여원의 빚을 지게 되자 지난해 1월 청계천 등지에서 흉기 10여종과 전기충격기, 절단기, 만능열쇠, 즉석보석감별기 등 각종 범행도구를 구입하고 서울 개포동에 10평 규모의 아파트를 얻고 본격적인 강·절도 행각에 나섰다.

한씨는 지난달 12월 30일 서울 이태원동 주한외교관 D씨의 사저에 침입, 현금 200만원과 보석 10여점 등 총 1,200만원어치의 금품을 훔치는 등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한남동, 서초동 일대 고급주택가를 돌며 21차례에 걸쳐 보석, 모피코트, 외제시계 등 총 11억여원어치의 금품을 털었다. 한씨는 보석에 갖다대면 '소리'로 진품 여부를 가려주는 휴대용 보석감별기를 갖고 다니며 진짜 보석만 골라 훔치는 용의주도한 범행수법도 보였다.

한씨는 훔친 신분증으로 증권계좌를 개설해 훔친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오다 9일 도난수표 추적에 나선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당시 격투끝에 달아난 한씨는 신분증이 든 가방을 경찰에 빼앗기는 바람에 결국 다음날 집 앞에서 검거됐다. 한씨는 경찰에서 대졸자라고 주장했으나 서울 H고만을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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