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 CF에서 최불암 아저씨는 이렇게 말한다. "거의 고기네. 고기야." 요즘 고기 못먹는 사람이 있나 싶은데, 햄 광고에 "100% 고기에 가깝다"는 말이 쓰이는 것을 보면 아직도 우리는 고기에 대한 '한'이 풀리지 않은 듯 싶다. 대부분 주부들이 구입하기 때문이다.10대를 겨냥한 음료는 햄과는 또 다르다. '오렌지보다 더 맛있다'는 냉장 주스, 키가 큰다는 주스, 지방을 빼준다는 음료도 있지만 여전히 인기가 있는 음료는 거의 맹물과 비슷한 맛의 '○% 부족할 때' 같은 음료다. 이 음료를 처음 먹었을 때, 다 먹은 포도 주스 통을 물로 헹구어낸 듯한 밍밍한 맛밖에 못느꼈지만, 어린아이부터 꽤 장년층까지 이 맛을 좋아하고 있다. 100% 원액 주스와 ○% 음료는 엇비슷한 가격이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지만, 어쨌든 사람들은 돈을 내고 물 비슷한 것을 사 마신다(하긴 맹물도 사마시는데!). 음료는 분위기이며, 취향이다. 냉장고에 먹을 것이 그득하고, 주스며 우유가 넘쳐 사는 시대, 아이들은 맹물에 가까운 음료도 돈을 내고 마신다. 느낌을 마신다.
요즘 청소년을 겨냥한 영화에 '코딱지' 장면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일까. 미국식 화장실 유머가 상륙하고, 엽기가 유행하면서 대소변과 코딱지가 중요한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심심하면 코나 후비는 '땅끄지'가 코미디의 캐릭터로 인기를 끈 것도, 코딱지로 많은 얘기를 풀어내는 강도영의 만화가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
트렌드를 민감하게 따라가는 윤제균 감독은 '낭만자객'에서 코딱지를 먹이는 장면을 연출했고, '내 사랑 싸가지'에서도 교사가 코딱지가 묻은 손으로 졸던 아이의 볼을 꼬집으며 자연스럽게 그 손가락이 입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연출했다. 얼굴에 가래침 뱉기, 화장실에서 힘주다 결국 '퐁' 하는 소리 만들어내기 등 다른 장면도 코딱지 정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정수기로 물 걸러 마시고, 연수기 물로 목욕하고, 비데를 써서 닦지 않고 씻는 이들이 '더러운' 것들에 환호하는 것은 역시 배부른 자들의 여유일까. 다행인 것은 영화가 시청각 매체라는 점이다. 냄새까지 맡아야 했다면, 극장에 마스크를 쓰고 가야 했을 것이다. 컷!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