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수년간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윤락을 강요 당한 9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고용 업주들을 상대로 낸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가늠할 수 있는 결정이 나왔다.수원지법 성남지원은 11일 소송을 낸 성매매 여성들 중 1명인 김모(27)씨가 선불금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업주 배모씨를 상대로 신청한 강제집행 정지신청을 받아들였다.
2002년 5월 생활비 등으로 진 카드빚을 갚을 길이 없자 선불금 300만원을 받고 유흥업소에 취직했던 김씨는 빚을 갚기 위해 몸이 아픈데도 성매매에 나섰지만 지각비, 결근비 등으로 빚은 점점 불어만 갔다. 결국 수개월만에 1,550만원의 빚을 지게 된 김씨는 선불금을 지급받고 경기 안산에 위치한 배씨의 가요주점에 팔려갔다. 하지만 배씨는 지난해 7월 김씨가 돈을 갚지 않고 여성보호시설로 탈출하자 김씨의 가족이 사는 반지하 빌라를 대상으로 강제집행 신청을 냈었다.
강지원 변호사는 "감금, 폭행 등으로 윤락을 강요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선불금이 윤락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며 "법원의 이번 결정이 선불금을 미끼로 성을 착취해온 업주들의 관행에 제동을 거는 한편, 성매매 여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유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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