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젊은이들이 저를 보고 친언니나 엄마 같다고 해요."탈북자들의 정착 지원업무를 맡고 있는 서울 북부경찰서 장은주(40·사진) 경장은 탈북자들 사이에서 '엄마'로 불린다. 보통 관내에 있는 탈북자들을 6개월 내지 1년만 '관리' 하도록 되어있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가족처럼 생각하며 꾸준히 돌봐줘서 얻은 별명이다. "이번 휴일에는 여수를 가야 해요. 결혼 준비 중인 김모(21·여)씨 남편 될 사람의 됨됨이를 살펴봐야죠."
1997년부터 관내 탈북자 보호, 관리업무를 맡은 장 경장이 지금까지 맡아온 탈북자들은 50여명. 그 가운데 장 경장의 마음 속에서 떠나지 않는 사람은 후두암을 앓던 박모(49)씨다. 암이 악화돼 입원도 못하고 집과 병원을 오가며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했던 박씨의 사정을 알게 된 장 경장은 병원을 10여 차례 방문한 끝에 박씨를 입원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장 경장의 이런 노력에도 박씨는 지난해 추석 전날 눈을 감고 말았다. 박씨는 임종 전 장 경장에게 "친동생 같다. 남쪽에서 모은 돈을 장차 북쪽에 있는 딸을 위해 써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착하기만한 장 경장이 탈북자들의 얄팍한 주머니를 노리는 브로커들에게는 영락 없는 경찰관이다. 장 경장은 "탈북자들의 정착 지원금을 노린 브로커들이 너무 많다"면서 "브로커들이 과도한 사례비를 뜯지 못하도록 하려는데 막상 쉽지는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장 경장은 최근 탈북자들의 취직 자리를 알아보느라 분주하다. 관내 음식점, 섬유회사 등의 사장들을 찾아가 부탁하고 있지만 아직 탈북자에 대한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장 경장은 "탈북자들에게 아주 작은 지팡이라도 되고 싶다"면서 "오랫동안 탈북자들의 친구같은 존재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